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 Mobile Eccentric Droid)’ 위에 국내 로봇기업 3곳의 로봇이 올라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일부터 7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6 로보월드’에서 가온로보틱스, 위고로보틱스, 로아스와 함께 모베드 기반 로봇 6종을 선보였다. 주행 플랫폼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맡고, 그 위에 올라가는 작업 모듈과 서비스는 각 로봇기업이 만드는 구조다.
같은 날 킨텍스에서는 수소 산업 박람회 WHE 2026도 개막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한 전시장에서는 수소 생산과 모빌리티를, 다른 전시장에서는 로봇 플랫폼을 내걸었다. 자동차 회사를 넘어 에너지와 로보틱스까지 아우르는 그룹의 사업 축을 같은 날 함께 보여 준 셈이다.
2026 로보월드 모베드 공동 전시
이번 전시는 모베드가 한 가지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러 로봇 서비스의 바탕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자리다. 순찰, 배송, 분리수거, 양팔 작업, 험지 주행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로봇들이 모두 같은 모베드 플랫폼 위에서 구현됐다.
주행 플랫폼 공유로 낮춘 진입 장벽
로봇 개발에서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부분은 바닥을 이루는 주행 플랫폼이다. 모터와 바퀴, 서스펜션, 자세 제어, 위치 인식을 처음부터 만들려면 큰 비용과 오랜 개발 기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중소 로봇기업에게는 이것이 사업의 진입 장벽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바닥을 모베드로 제공한다. 협력사는 주행 플랫폼 개발 부담을 덜고, 자사 기술과 산업별 수요에 맞춘 상부 톱모듈(Top Module)과 응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하나의 플랫폼 위에 여러 차종을 얹어 개발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로봇에 그대로 옮긴 셈이다. 플랫폼을 쓰는 협력사가 늘수록 모베드의 생산 규모가 커지고 단가는 내려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생태계 확장을 사업 전략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가온로보틱스 생활지원 로봇 4종
가온로보틱스는 모베드에 순찰, 배송, 분리수거, 세미휴머노이드용 모듈을 결합한 로봇 4종을 내놨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택배와 생활 물품을 목적지까지 실어 나르는 배송 서비스와, 재활용품을 거둬 지정 장소로 옮기는 분리수거 서비스다. 사용자가 요청하면 로봇이 이동해 서비스를 마치는 전 과정을 보여 준다.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건물처럼 반복 이동이 많은 생활 공간을 겨냥한 구성이다.
위고로보틱스 듀얼암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위고로보틱스는 모베드 위에 양팔 로봇을 얹은 듀얼암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를 선보였다. 로봇이 이동하면서 물체를 집고 다루는 과정을 시연한다.

두 팔을 각각 따로 움직이거나 함께 맞춰 쓰는 제어를 보여 주고, 로봇 운영체제 ROS 기반의 통합 제어와 AI 학습·추론 기술의 확장 가능성도 소개한다. 바닥이 움직이면서 팔이 정밀 작업을 하려면 주행과 팔의 제어가 맞물려야 한다. 모베드의 자세 안정성이 그만큼 중요한 조합이다.
로아스 순찰 로봇과 지형 대응 시연
로아스는 순찰 서비스 로봇을 전시하고 모베드의 지형 대응 능력을 시연했다. 좁은 공간에서 제자리 360도 회전을 하고, 차체를 좌우와 위아래로 움직여 자세를 잡으며, 20cm 높이의 단차를 오르내린다. 순찰 로봇은 계단 턱이나 경사로, 보도 경계석을 만나는 일이 잦다. 20cm 단차 주행은 실외 순찰 현장에서 쓸 수 있는지를 가르는 성능이다.
편심 휠 DnL 모듈과 모베드 얼라이언스
모베드의 핵심 기술은 편심 휠 기반 DnL(Drive-and-Lift) 모듈이다. 바퀴 축을 중심에서 비켜 놓은 편심 구조로 바퀴 높이를 바꾸면서 주행한다. 네 바퀴에 각각 인휠(in-wheel) 모터를 달아 따로 구동하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바퀴마다 높이와 힘을 조절해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한다. 모베드가 단차를 넘고 자세를 바꾸며, 그 위에서 양팔 작업이 가능한 것도 이 구조 덕분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을 이어 가기 위해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꾸렸다. 모베드를 활용한 로봇 개발과 현장 적용, 고객 맞춤형 모듈과 솔루션 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각 기업의 로봇·서비스 전문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플랫폼 역량을 연결해,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로봇 생태계 전반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로봇 플랫폼을 협력사와 공유해 각 기업의 전문성과 결합하면 더 다양한 산업과 생활 환경에 맞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통해 협력사와 기술·사업 협력을 넓히고 국내 로보틱스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