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 국제표준 인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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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가 자체 구축한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로 국제 인증을 받았다. 인증 대상은 완성된 칩이 아니라 칩을 만드는 과정 전체다. 독일 시험·인증 기관 티유브이 라인란드(TUV Rheinland)는 현대자동차·기아의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와 기능안전 관리체계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인증 수여식은 4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원에서 열렸다. 현대자동차·기아 SDV플랫폼담당 유지한 부사장과 임직원, 티유브이 라인란드 관계자가 참석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이번 인증을 ‘ISO(국제표준화기구) 기반 기능안전 프로세스 국제표준’ 인증이라고 밝혔다.

ISO 기반 기능안전 프로세스 인증 수여

기능안전은 전자 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차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관리하는 체계다. 브레이크, 조향, 자율주행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기능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맡게 되면서, 칩 하나의 오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자동차 기능안전 분야의 대표 국제표준은 ISO 26262이며, 이 표준은 반도체 개발 지침을 별도 파트로 두고 있다.

이번 인증의 의미는 반도체 개발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개발 프로세스와 기능안전 관리체계를 제3자에게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는 데 있다. 칩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현대자동차·기아가 개발하는 모든 차량용 반도체에 적용될 ‘개발 방법’이 국제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차량용 SoC 자체 개발 프로세스

현대자동차·기아는 2025년부터 차량용 SoC(System on Chip) 개발에 맞춘 자체 표준 프로세스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SoC는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담은 반도체다.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차량 제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두뇌 역할을 한다. 체계를 구축한 지 1년 남짓 만에 국제 인증까지 받은 셈이다.

티유브이 라인란드 평가 내용

티유브이 라인란드는 개발 체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봤다. 기능안전 관리체계를 비롯해 개발 프로세스 정의, 조직별 역할과 책임, 표준 산출물, 템플릿,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까지 검토했다. 특히 개발 목표에서 설계, 구현, 검증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일관성 있게 관리되는지, 설계 형상과 변경 이력을 관리하는 체계가 국제 표준 요구 사항에 맞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 티유브이 라인란드는 현대자동차·기아의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 안에서 시스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단계별 기준과 산출물이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고 판단했다. 개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일찍 찾아내고, 안전 요구 사항이 최종 제품까지 일관되게 반영되는 체계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이 표준 개발 프로세스를 반도체 개발 전반으로 넓혀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와 SDV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 개발 체계를 직접 갖추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급망이다. 2021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때 완성차 업계는 칩이 없어 생산 라인을 세워야 했다. 다른 하나는 차별화다.

SDV 시대에는 차의 성능과 기능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서 갈린다. 지금은 엔비디아, 퀄컴 같은 반도체 기업의 칩을 사서 쓰지만, 핵심 칩을 외부에 의존하면 차의 두뇌를 경쟁사와 똑같이 쓰는 셈이 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용 칩보다 개발 장벽이 높다. 영하의 혹한과 한여름 엔진룸 열기를 견디며 10년 넘게 고장 없이 작동해야 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안전하게 멈춰야 한다. 이번 인증은 현대자동차·기아가 그 장벽을 넘기 위한 개발 체계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실제 칩의 성능과 양산 일정은 다음 과제로 남는다.

유지한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기아의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가 글로벌 표준에 맞는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증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