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경쟁에서 완성차 업체가 상대하는 것은 다른 제조사가 아니라 빅테크다. 포티투닷이 영입한 세 사람의 전 직장이 그 구도를 보여준다. 엔비디아와 구글 딥마인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42dot)은 글로벌 IT 기업의 리더급 핵심 인재 3명을 영입했다고 2일 밝혔다.
제노 창시자 안젤로 코르사로
포티투닷은 9월 초 미국 실리콘밸리 오피스에 안젤로 코르사로(Angelo Corsaro)를 수석 연구위원으로 영입했다. 분산 컴퓨팅과 실시간 시스템, 로보틱스 미들웨어 전문가로, 클라우드부터 사물·기기까지 연결하는 ‘클라우드 투 싱 연속체(Cloud-to-Thing Continuum)’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

코르사로는 오픈소스 통신 프로토콜 ‘제노(Zenoh)’의 창시자이자 이클립스 재단의 ‘이클립스 제노(Eclipse Zenoh)’ 프로젝트 리더다. 제타스케일 테크놀로지(ZettaScale Technology)를 공동 창업해 CEO와 CTO를 역임했다.
제노는 마이크로컨트롤러 같은 소형 장치부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까지 연결하는 통신 프로토콜이다. 차량과 로봇, 클라우드가 대규모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통신 프로토콜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구조를 결정하는 요소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제어기와 센서가 늘어날수록 이들 사이의 데이터 전달 방식이 성능을 좌우한다. 기존 차량용 통신 규격은 센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폭증한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당 분야 오픈소스 표준을 만든 인물을 영입한 것은 차량 내부와 클라우드를 잇는 데이터 체계를 직접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음성 AI 담당 김재영 그룹 리드
김재영 글레오(Gleo) AI Model 그룹 리드는 9월 28일 합류했다. 구글 딥마인드와 아마존, 삼성전자, 인텔에서 15년간 음성 대화형 AI와 신호처리 기술을 연구해 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텍스트를 거치지 않고 음성을 직접 이해하고 생성하는 오디오 네이티브 AI 선행 연구를 이끌었다.

포티투닷에서는 차량 내 소음과 다중 화자 환경에 최적화된 음성 인식(STT)과 음성 합성(TTS) 기술을 개발하고, 저지연 오디오 처리 아키텍처 구축을 담당한다.
글레오 AI는 현대자동차가 신형 투싼과 플레오스 커넥트에 탑재한 생성형 AI 에이전트다. 차량 안은 주행 소음과 공조 소음이 깔리고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환경이라 음성 인식 난도가 높다. 텍스트 변환 단계를 거치지 않는 오디오 네이티브 방식은 응답 지연을 줄이는 접근으로,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실사용 만족도와 직결된다.
자율주행 담당 차오 팡 팀 리드
차오 팡(Chao Fang)은 9월 포티투닷 실리콘밸리 오피스에 합류해 SV VLA 팀 리드를 맡았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부문 수석 엔지니어로 자율주행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엔드투엔드 인지 부문의 양산 적용을 주도했다. 이전에는 토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와 아르고 AI에서 실시간 컴퓨터 비전과 예측, 경로 계획 기술을 담당했다.

포티투닷에서는 시각 정보 인식과 언어 기반 추론, 행동 생성을 하나의 모델로 결합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연구를 맡는다. 선행 AI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로 발전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VLA는 자율주행 개발 방식의 전환과 맞물린 개념이다. 기존에는 인지와 판단, 제어를 각각 모듈로 나눠 개발했으나, 최근에는 카메라 영상을 입력받아 바로 주행 동작을 출력하는 단일 모델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양산 적용 경험을 가진 인물을 데려온 점이 눈에 띄는데, 연구 단계 기술을 실제 차량 규격과 안전 기준에 맞추는 일은 다른 성격의 과제다.
영입 배경
포티투닷은 이번 영입으로 분산 컴퓨팅과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음성 AI, 자율주행 등 핵심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세 사람의 연구·개발 및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을 뒷받침한다.
포티투닷은 기술 혁신 역량과 양산 경험을 검증받은 전문가들이 합류해 기대가 크다며, 각 분야 전문성과 자사 AI·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 지능형 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세 명 중 두 명이 실리콘밸리 오피스 소속이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산호세에서 테크 탤런트 포럼을 열고 북미 기술 인재 채용에 나선 것과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소프트웨어 인재는 거점 자체가 채용 경쟁력이 되는 영역이라, 실리콘밸리 조직 규모가 확보 능력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