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가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이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 섰다. 객석 절반가량이 발달장애인이었다.
기아는 29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제2회 ‘여행하는 선율: 초록여행 x 런피아노’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피아니스트 박종화 교수의 프로젝트 팀 ‘런피아노’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다.
이동권 사업에서 문화 접근성으로
초록여행은 교통약자 이동권 향상을 위한 기아의 사회공헌 사업이다. 이번 음악회는 그 범위를 문화 영역으로 넓혀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하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런피아노는 고정 무대를 벗어나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콘서트다. 클래식 공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거리와 공원 등에서 공연을 진행해 왔다.
이동을 지원해 온 기업과 이동하는 공연이 만난 구성이다. 장애인의 문화 접근을 가로막는 요소는 공연장 진입 동선과 이동 수단인데, 공연 쪽이 움직이면 그 장벽 자체가 사라진다.
제1회에서 제2회로 확대
기아는 지난 6월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찾아가는 보라매 숲속 콘서트’를 주제로 제1회 공연을 열었다. 박종화 교수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모재민 군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제2회는 ‘예술로 하나되는 우리’를 주제로 서울발달장애인사생대회와 연계해 열렸다. 규모가 크게 늘어 발달장애인 약 1,400명을 포함한 약 3,000명이 참석했다. 별도 행사에 공연을 얹는 방식은 관객 동원 부담을 줄이고 참석자의 이동을 한 번으로 줄인다.
공연에는 박종화 교수를 비롯해 아이돌 트로트 가수 황우림, 퍼커션 연주자 김지혜가 참여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회의원도 특별 출연해 슈만-리스트의 ‘헌정(R. Schumann-F. Liszt, Widmung)’을 연주했다.
행사 운영과 접근성 배려
기아는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행사장 대부분을 평지로 조성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쉬운 말과 표현으로 행사를 진행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NGO와 지역 복지기관 봉사자들이 안전한 관람과 귀가를 도왔다.
접근성 배려가 무대 위가 아니라 동선과 진행 언어, 귀가까지 이어진 점이 이 행사의 실질적인 부분이다. 관람객 3,000명 규모에서 이 수준의 운영을 유지하려면 준비 단계부터 설계가 필요하다.
정의철 기아 기업전략실장 전무는 초록여행이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과 여행을 지원해 왔다며, 이번 음악회로 지원 범위를 문화예술까지 넓히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기관·파트너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공연은 10월 올림픽공원 내 야외 수변무대에서 ‘즐거운 화합 및 위로 무대’를 주제로 열린다.
초록여행 운영 현황
기아는 이동약자의 여행 기회 확대와 이동 편의 향상을 위해 특수 개조 차량을 무상 대여하는 초록여행을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국 8개 권역에서 카니발 18대, PV5 패신저 8대, PV5 WAV 4대 등 총 30대를 상시 운영하며, 출범 이후 15년간 누적 11만 명 이상이 이용했다.
운영 차량에 PV5가 12대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PV5는 기아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략의 첫 양산 모델로 내놓은 차종이고, WAV는 휠체어 탑승 차량(Wheelchair Accessible Vehicle)을 뜻한다. 바닥을 낮추고 실내 높이를 확보하기 쉬운 전용 플랫폼 구조가 휠체어 접근성 확보에 유리하다. 사회공헌 사업이 신규 차종의 실사용 환경 검증 무대로도 기능하는 구조다.
이달 15일에는 국립자연휴양림과 협약을 맺고 휴양림 숙박여행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차량과 경비, 숙박을 지원하는 ‘초록여행 휴양림 힐링 여행’ 서비스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