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가 난 차 안에 갇혔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지난해 10월 중국 청두에서 샤오미 전기차 SU7이 충돌 후 불이 났을 때 실제로 벌어진 상황이다. 전원이 끊기면서 전자식 도어가 작동하지 않았고, 탑승자는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 사고는 중국 정부가 도어 핸들 규제를 전면적으로 손보는 계기가 됐다.
현대차가 18일 공개한 신형 투싼에는 이 문제를 겨냥한 장치가 들어갔다. 현대차가 처음 적용한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다.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는 어떻게 작동하나
현대차 설명에 따르면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는 충돌로 메인 전원이 차단돼도 별도의 백업 전원으로 도어 잠금 해제 기능을 유지한다. 현대차 차종 가운데 신형 투싼에 처음 들어갔다.
원리는 단순하다. 12V 메인 배터리나 배선이 충돌로 손상되더라도 잠금 해제 회로에 전력을 공급할 예비 경로를 하나 더 두는 방식이다.

문이 전기로 잠기는 차라면 전기가 사라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백업 전원은 그 공백을 메운다. 탑승자가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구조대가 밖에서 문을 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도 현대차가 함께 강조한 부분이다.
투싼은 전기차가 아니고 매립형 도어 핸들을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 기능을 먼저 넣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충돌 뒤 전자식 잠금이 풀리지 않는 문제는 파워트레인 종류와 상관없이 전자 잠금을 쓰는 모든 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도어 규제를 어떻게 바꿨나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2월 2027년 1월 1일부터 판매되는 신규 차량에 전원이 끊긴 상황에서도 열리는 기계식 도어 해제 장치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승인을 받은 모델도 2029년 1월까지 설계를 바꿔야 한다.
규정은 외부 손잡이에 손을 넣을 수 있는 최소 6cm×2cm의 공간을 두도록 하고, 실내에는 도어 여는 방법을 적은 표지를 붙이도록 할 만큼 세부적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도 테슬라 모델 3의 기계식 비상 해제 장치 접근성을 조사한 바 있다. 매립형 손잡이가 줄이는 공기저항은 미미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의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는 중국 규정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중국은 기계식 해제라는 물리적 해법을 요구했고, 현대차는 전기적 이중화로 대응했다. 두 방식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는다. 기계식 해제는 탑승자가 의식이 있어야 쓸 수 있고, 전원 이중화는 평소 여는 방식 그대로 문을 열 수 있게 한다.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는 왜 전 트림 기본인가
현대차는 신형 투싼 전 트림에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를 기본으로 넣었다. 정차 중이거나 저속 주행 중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급하게 밟으면, 차가 구동력을 제한하고 스스로 제동한다.

현대차에서 이 기능은 2024년 캐스퍼 일렉트릭에 처음 들어갔고, 지난 5월 더 뉴 그랜저에서 내연기관차 최초로 적용됐다. 투싼은 이를 옵션이 아닌 전 트림 기본으로 넣었다.
배경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페달 오조작 사고는 연평균 2,000여 건이었고, 그중 70세 이상 운전자 사고가 가장 많았다. 2024년 7월 9명이 숨진 서울 시청역 사고 이후 제도 논의가 속도를 냈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9년 1월부터 새 승용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는 3.5톤 이하 승합·화물차로 대상을 넓힌다. 투싼은 의무화 시점보다 2년 이상 먼저 기본 사양을 갖춘 셈이다.
저속 안전 기능은 이 밖에 무엇이 들어갔나
신형 투싼에는 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2와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2, 9개 에어백, SBW P단 긴급제동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SBW P단 긴급제동은 주행 중 전자식 변속 레버를 P로 옮기면 차를 긴급 정지시키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거나 브레이크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서 동승자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현행 투싼 하이브리드의 에어백은 8개였는데, 신형은 9개로 늘었다.

눈여겨볼 점은 신형 투싼의 안전 사양이 충돌 순간보다 충돌 전후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페달 오조작 보조와 주차 충돌방지 보조는 충돌 전에,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는 충돌 후에 작동한다.
에어백 개수를 늘리는 경쟁이 한계에 이른 지금, 안전 사양 경쟁의 무게중심이 충돌 전후의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