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만에 완전히 새로 태어난 투싼은 더 커졌지만, 현대자동차가 가장 공들여 설명한 부분은 크기가 아니라 커진 차체를 다루는 방법이었다.
좁은 곳에서 알아서 후진하는 기능, 전방 저속 충돌을 막는 제동 보조, 오히려 낮아진 공기저항까지, 몸집 증가의 부담을 기술로 상쇄하는 데 신형의 무게중심이 놓였다.
현대자동차는 18일 경기도 파주시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디 올 뉴 투싼 미디어 데이’를 열고 5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투싼(The all-new TUCSON)’을 처음 공개했다. 파워트레인은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이며, 가격은 10월 중 공개하고 국내 판매에 들어간다.
아트 오브 스틸 기반 외관 디자인
외관은 현대자동차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적용해 강철의 견고함을 SUV 비례에 옮겼다. 전면에는 수직형 H-엣지 라이팅 주간주행등과 간접조명 방식의 수평형 슬림 센터 램프를 배치해 차체가 넓어 보이게 했다.

측면은 입체적인 펜더 볼륨과 절제된 도어 면, 수평으로 뻗은 캐릭터 라인으로 긴장감을 만들었고, 후면에는 투명 렌즈 안에 정교한 패턴을 넣은 프리즘 리어 램프를 달았다.
아웃도어 수요를 겨냥한 XRT 트림도 운영한다. 전용 프런트 그릴, 휠 아치 가니시, 스키드 플레이트로 차별화했다. 외장 색상은 세레니티 화이트 펄, 드리프트우드 그레이 매트, 드리프트우드 그레이 메탈릭, 레드록 오렌지 매트, 고요 카퍼 펄 등 신규 5종을 포함해 8종이다.

매트 색상을 두 가지나 넣은 점은 준중형 SUV에서도 개성 표현 수요가 커졌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내장은 기존 블랙 모노톤에 투톤 2종과 인레이 소일 브라운 패키지를 더해 4종으로 늘었다.
차체 확대와 실내 공간 구성
전장·전폭·휠베이스는 기존 대비 각각 60mm, 40mm, 30mm 늘었다. 2열 헤드룸은 29mm 늘어난 1,031mm이고, 2열 도어 개방 각도는 73°에서 83°로 커졌다.
수치로 보면 전장 증가폭이 휠베이스의 두 배인데, 늘어난 길이 상당 부분이 적재 공간과 앞뒤 오버행 쪽으로 배분됐을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트렁크 용량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내는 상·하단이 분리된 플로팅 구조의 크래시패드와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로 개방감을 높였다. 슬림 디스플레이와 더블 D 컷 스티어링 휠, 팜레스트 히든트레이, 현대 애드기어,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이 들어갔다.
1.6 터보 가솔린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1.6 터보 가솔린은 최고 출력 193PS, 최대 토크 27.0kgf·m다. 기존보다 출력을 13PS 끌어올리고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하이브리드는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시스템 최고 출력 245PS, 복합연비 17.4km/ℓ를 확보했다. 기능 면에서는 전기차 경험을 하이브리드에 이식한 흔적이 뚜렷하다.

내비게이션 정보로 감속 구간을 예측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시점을 알려주는 ‘관성 주행 안내’, 정차 중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공조·인포테인먼트를 쓸 수 있는 ‘스테이 모드’가 그것이다. 디젤과 전기차 없이 가솔린·하이브리드 두 갈래로 라인업을 정리한 것은 국내 준중형 SUV 수요의 중심이 하이브리드로 옮겨간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서스펜션·NVH·공력 개선
앞 서스펜션과 차체 연결부 강성을 높이고 뒤 서스펜션을 지지하는 하부 구조를 보강했다. 튜닝 자유도를 넓힌 신형 서스펜션 밸브를 적용했고, 하이브리드에는 구동 모터로 차체의 상하·전후 움직임을 제어하는 E-트랙션(E-Traction)을 넣었다. 현대자동차는 커진 차체에도 고속 선회 시 롤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정숙성은 엔진 마운트 유체 구조 개선, 변속기 마운트 듀얼 스토퍼, 대시 패널 흡차음 패드 보강, 전석 도어 글라스 두께 확대로 끌어올렸다. 공기저항계수(Cd)는 0.33에서 0.30으로 낮아졌다.
리어 스포일러와 17인치 휠 형상 최적화,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과 리어 범퍼 스포일러 적용, 에어 플랩 실링재 추가가 더해진 결과다. 차가 커지면 공기저항이 불리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역으로 낮춘 점이 하이브리드 연비 17.4km/ℓ의 배경이다.
커진 차체를 보완하는 안전·주차 보조 기술
안전 사양의 핵심은 현대자동차 최초로 적용한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다. 충돌로 메인 전원이 끊겨도 백업 전원으로 도어 잠금 해제를 유지해 탑승자 탈출과 구조를 돕는다. 전자식 도어 구조가 늘면서 사고 후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커진 흐름에 대응한 장치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밟으면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하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저속 전진 중 보행자·장애물 충돌 위험 시 제동을 돕는 ‘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2(PCA-F)’는 전 트림 기본이다.
지나온 궤적을 기억해 후진 시 자동 조향하는 ‘기억 후진 보조’와 차량 하부 노면을 화면에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는 동급 최초다. 현대자동차 스스로 여러 기능의 도입 배경을 “커진 차체”로 설명했는데, 크기 증가가 좁은 주차장이 많은 국내 환경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제 대응한 구성이다.
9개 에어백,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NSCC 2), SBW P단 긴급제동,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2(PCA-R), 전·후·측방 주차 거리 경고, 워크 어웨이 락도 기본이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는 주력 트림인 익스클루시브부터 기본화했다. 편의 사양으로는 100W 초고속 충전 USB, 멀티 에어 벤트, 2열 수동 사이드 커튼, 1열 릴렉션 시트,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사운드가 들어간다.
플레오스 커넥트와 글레오 AI
투싼은 현대자동차 SUV 가운데 처음으로 ‘플레오스 커넥트’를 탑재했다. 대형 언어 모델 기반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는 연속 대화를 이해해 차량 제어와 지식 검색, 여행 일정 추천까지 처리한다.
‘플레오스 앱마켓’에서는 영상·음악 스트리밍, 게임 등 외부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16:9 비율의 17인치 또는 12.9인치이며, 주요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겨 조작 직관성을 확보했다.
준중형 SUV에 소프트웨어 중심 플랫폼을 넣었다는 것은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디지털 경험을 상위 차급 한정이 아닌 볼륨 모델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방향을 드러낸다.
스포티지와의 경쟁 구도와 가격 변수
국내 준중형 SUV 시장에서 투싼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계보를 공유해 온 기아 스포티지와 판매 경쟁을 벌여왔고, 최근 몇 년간 국내 판매에서는 스포티지가 우위를 지켜왔다. 신형 투싼은 차체 크기, 하이브리드 출력, 동급 최초 사양, 플레오스 커넥트로 상품성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택했다.

남은 변수는 가격이다. 사양 기본화 폭이 넓은 만큼 시작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올 수 있고, 10월 공개될 가격표가 스포티지 동급 트림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가 초기 판매를 가를 전망이다. 준중형 SUV 구매를 앞둔 소비자라면 10월 가격 발표와 트림별 기본 사양 구성을 확인한 뒤 비교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출시에 맞춰 SF 작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작품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한다. 21일 공식 SNS에 포스터를, 23일에는 디지털 필름을 공개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디자인·공간·전동화·디지털 전 영역에서 혁신을 이룬 모델로 준중형 SUV 시장의 새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