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전기차 배터리는 폐기물 아닌가?”… 현대차그룹은 충전소에 다시 쓴다

사진 1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원익피앤이와 사용 후 배터리 기반 UBESS 실증 추진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9/사진-1-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원익피앤이와-사용-후-배터리-기반-UBESS-실증-추진.webp

현대자동차·기아가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원익피앤이와 손잡고 사용 후 전기자동차(EV)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새롭게 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실증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5개사 협력, 원익피앤이 동탄 사업장서 실증 협력 기념행사

현대차와 기아,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원익피앤이 등 5개사는 10일 경기 화성시 소재 원익피앤이 동탄 사업장에서 ‘EV 사용 후 배터리 기반 UBESS 실증 협력’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차세대 ESS 사업 모델의 검증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황웅태 현대차·기아 EV에너지전략실장, 주승탁 LG에너지솔루션 ESS사업부 EaaS사업담당, 이상훈 현대엔지니어링 자산기획실장, 김철호 원익피앤이 충전기사업부문 개발/생산본부장 등 각 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실증 협력을 축하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완성차, 배터리, 엔지니어링, 충전 인프라 기업이 하나의 실증사업에 동시에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터리 재사용 사업은 진단·안전성 검증부터 충전 인프라 연계, 실제 사업성 검토까지 여러 영역의 전문성이 동시에 필요한 분야여서, 각 사가 맡은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구조 자체가 사업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E-GMP 사용 후 배터리 활용한 국내 첫 사례

이번 실증사업은 현대차·기아의 전용 EV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팩을 활용한 국내 첫 사례다. 실증 설비는 총 200kWh 규모의 UBESS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특히 이번 UBESS 시스템은 EV 급속충전기와 연계된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 UBESS에 전기를 저장한 뒤, 요금이 높은 시간대 급속충전기를 통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급속충전은 순간적으로 큰 전력을 끌어써야 해 전력망에 부담을 주기 쉬운데,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저장장치를 완충소 앞단에 배치하면 전력 피크 시간대의 그리드 부담을 낮추면서 동시에 충전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급속충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은 신규 전력망 증설 없이도 충전 인프라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참여사별 역할 분담

현대차·기아는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술 검증 및 사업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기아가 제공하는 사용 후 배터리팩으로 UBESS를 제작하며, 배터리 진단 및 운영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시스템 성능과 안전성 검증을 지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EV 충전 인프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사업 환경에서의 사업성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EVC) 보급사업과의 연계성을 검토한다. 원익피앤이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술 및 인프라 구축 역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설비 운영과 기술 검증을 맡는다.

참여 회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충방전 제어 알고리즘, 시스템 안전성 및 신뢰성, 배터리 성능 유지 특성, 충전 서비스 품질 및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며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및 배터리 순환경제 실현 가능성을 실제 사업 환경에서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차량용으로 사용된 이후에도 상당한 잔존 성능을 갖고 있어, 이를 폐기하지 않고 ESS 등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배터리 순환경제의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이번 실증이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가치 창출 모델을 실제 사업 환경에서 검증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향후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늘어날 사용 후 배터리 처리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