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탄생 10주년, 1964년 존 레논 팬텀 V에서 시작된 반항의 정신

사진3 2021년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랜드스피드 컬렉션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3/사진3-2021년-롤스로이스-블랙-배지-랜드스피드-컬렉션.webp

롤스로이스모터카가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강렬한 자아, ‘블랙 배지(Black Badge)’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했다.

롤스로이스는 설립 초기부터 우아함과 장인정신, 탁월한 엔지니어링 역량뿐 아니라 개성과 반항 정신, 관습에 도전하는 태도 또한 브랜드에 뿌리 깊게 자리해왔다. 이러한 정신은 브랜드 창립자들의 삶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녔던 헨리 로이스(Sir Henry Royce)와 찰스 스튜어트 롤스(Charles Stewart Rolls)는 각자의 환경적 한계를 넘어 끊임없이 더 높은 기준과 완벽함을 추구했다.

헨리 로이스는 빈곤과 질병, 정규 교육의 부재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그는 언론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자동차’라는 극찬을 받은 롤스로이스 40/50 H.P., 일명 ‘실버 고스트(Silver Ghost)’를 제작했으며, 이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반면, 귀족 가문 출신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찰스 스튜어트 롤스는 특권적 삶을 누리는 대신 초기 모터 레이싱과 항공 분야에 뛰어들어 두 영역에서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다.

1928년 롤스로이스 20 H.P., 블랙 배지 미학 예견

1928년, 롤스로이스 20 H.P. 브루스터 브로엄(20 H.P. Brewster Brougham) 모델 한 대가 기존의 밝은 금속 대신 검은색으로 마감된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한 채 인도되었다.

사진6 1928년 롤스로이스 20 H.P. 브루스터 브로엄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3/사진3-2021년-롤스로이스-블랙-배지-랜드스피드-컬렉션.webp

당시 광택 크롬이 현대성과 위신을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처리 방식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 차량은 롤스로이스 오브 아메리카의 창립에 참여한 J. E. 알드레드의 의뢰로 제작됐다. 1920년대 후반 뉴욕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이 차량에는 대담하고 진보적인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성공을 표현하던 새로운 국제주의 세대의 취향이 반영됐다.

1964년 존 레논 팬텀 V, 블랙 배지 정신적 기원

이전 모델들이 블랙 배지 특유의 어두운 미학을 예견했다면, 블랙 배지의 정신은 한 대의 특별한 자동차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964년, 비틀즈는 앨범 <A Hard Day’s Night>를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그해 12월, 존 레논은 새로운 롤스로이스 팬텀 V를 주문했다. 그는 차체 외관과 실내는 물론, 일반적으로 크롬이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되는 모든 장식 요소까지 검은색으로 마감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치빌더였던 멀리너 파크 워드가 제작한 그의 팬텀 V는 범퍼와 휠 디스크까지 깊은 광택의 블랙으로 마감됐으며, 판테온 그릴과 환희의 여신상은 크롬으로 남겨졌다.

이 차량의 뒷좌석 도어와 측면 보조 창, 후면 유리, 파티션에는 트리플렉스사의 어둡게 처리된 반사형 딥라이트 유리가 적용되었다. 존 레논은 1965년 롤링 스톤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늦게 귀가할 때를 위한 것”이라며 “낮에 탑승해도 차 안은 여전히 어둡고, 창문을 모두 닫으면 클럽 안에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타협 없는 전복적 의도와 강한 개성으로 완성된 이 팬텀 V는 오늘날 블랙 배지의 정신적 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대 새로운 세대 고객 위한 블랙 배지 탄생

2010년대 초,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산업 지형을 재편한 젊은 기업가 세대가 롤스로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고, 정교한 장인정신과 타협 없는 경험을 요구하는 동시에 보다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을 원했다.

사진5 2023년 블랙 배지 고스트 이클립시스 프라이빗 컬렉션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3/사진3-2021년-롤스로이스-블랙-배지-랜드스피드-컬렉션.webp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블랙 배지다. 블랙 배지 모델은 선명한 색채와 기술적 소재를 도입하고, 직접 운전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보다 강력하고 민첩한 주행 성능과 풍부한 배기음을 갖추었다. 또한 환희의 여신상과 판테온 그릴, 더블 R 배지를 블랙으로 마감해 기존 상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블랙 배지만을 위한 고유한 문양으로 수학적 기호 ‘∞(무한대)’를 채택했다. 이는 블랙 배지 전용 V12 엔진의 상징적인 출력과 함께, 1930년대 블루버드 K3로 시속 130마일 기록을 세운 말콤 캠벨 경에 대한 헌사를 담고 있다.

45kg 페인트·4명 장인 수작업 연마로 피아노 고광택 완성

롤스로이스모터카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새롭고 대담한 표현을 상징할 마감 방식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깊은 수준의 블랙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정전 도장 방식을 통해 약 45kg의 페인트를 차체에 미세 분사한 뒤 오븐 건조를 진행했다.

사진2 2020년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네온 나이츠 트릴로지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3/사진3-2021년-롤스로이스-블랙-배지-랜드스피드-컬렉션.webp

이후 두 겹의 클리어 코트를 입히고, 네 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연마해 롤스로이스 특유의 피아노 같은 고광택 마감을 완성했다. 3~5시간이 소요되는 이 공정은 대량 생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강렬한 외관에 걸맞게 디자이너, 엔지니어, 장인들로 구성된 비스포크 컬렉티브는 ‘환희의 여신상’과 ‘판테온 그릴’ 등 브랜드의 상징적 요소들을 검게 마감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크롬 도금 과정에 특수 크롬 전해질을 추가해 스테인리스 스틸 기재 위에 침착시키는 방식으로 어두운 마감을 완성했다. 도금 두께는 약 1마이크로미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탄소 섬유·알루미늄 실로 항공우주 수준 실내 완성

실내에는 블랙 배지의 강화된 역동성을 반영하기 위해 항공우주 분야에서 영감을 받은 혁신적인 소재들이 적용됐다. 롤스로이스의 장인들은 탄소 섬유의 정교한 직조 패턴을 기능적 목적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미학으로 재해석했다.

사진4 2023년 블랙 배지 컬리넌 블루 섀도우 프라이빗 컬렉션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3/사진3-2021년-롤스로이스-블랙-배지-랜드스피드-컬렉션.webp

이를 위해 직경 0.014mm의 미세한 알루미늄 실을 교차 배치하고, 여섯 겹의 래커를 도포한 뒤 72시간 경화 과정을 거쳤다. 이후 수작업 연마를 통해 깊이 있는 광택을 완성했다.

2016년 레이스·고스트부터 2025년 스펙터까지 블랙 배지 계보

롤스로이스는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블랙 배지 레이스(Wraith)와 블랙 배지 고스트(Ghost)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후 2017년 던(Dawn), 2019년 컬리넌(Cullinan)이 차례로 블랙 배지 라인업에 합류했다.

블랙 배지 스펙터는 2025년 공식 공개에 앞서 일부 고객에게 기밀 유지를 조건으로 먼저 인도되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이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롤스로이스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사진1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자아 블랙 배지 10주년 맞아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3/사진3-2021년-롤스로이스-블랙-배지-랜드스피드-컬렉션.webp

크리스 브라운리지(Chris Brownridge) 롤스로이스모터카 CEO는 “블랙 배지는 자신의 성공을 주저 없이, 자신 있게 드러내는 새로운 세대 고객을 위해 탄생했다”며, “블랙 배지 도입 이후 10년간 이어진 지속적인 성장은 이러한 전략의 성과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는 탄생 10주년을 맞아 1964년 존 레논의 팬텀 V에서 시작된 반항의 정신을 계승하며, 45kg 페인트와 4명의 장인 수작업 연마로 완성한 피아노 고광택 블랙, 1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블랙 크롬 도금 환희의 여신상과 판테온 그릴, 0.014mm 알루미늄 실을 교차 배치한 탄소 섬유 실내 등 극한의 장인정신과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한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두 번째 10년을 향해 더욱 대담한 해석으로 진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