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FISITA 월드 모빌리티 서밋 국내서 처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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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R&D 수장이 전기차 하나에 걸지 않는 전동화 전략을 세계 자동차 업계 앞에 내놨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기아 R&D본부장(사장)은 4일 ‘FISITA 월드 모빌리티 서밋 2026’ 기조연설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하이브리드(H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수소전기차(FCEV)를 아우르는 그룹 전동화 전략을 소개했다. 시장 변화와 고객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일부터 5일까지 경기 화성시 롤링힐스 호텔에서 세계자동차공학회연합(FISITA)과 함께 이번 서밋을 주최했다. FISITA 서밋이 국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FISITA 월드 모빌리티 서밋 2026 국내 첫 개최

FISITA는 1948년 설립된 국제 협력 기구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공학회와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자동차 엔지니어링 지식을 나누고 기술 혁신을 이끈다. 2년마다 열리는 월드 모빌리티 서밋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경영진과 기술 리더가 모여 산업 과제와 미래 기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서밋은 김창환 현대자동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이 한국인 최초로 FISITA 회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설립 78년 만에 나온 첫 한국인 회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회장사로서 행사 프로그램 전반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세계 자동차 공학계에서 한국 완성차의 위상이 기술 수용자에서 의제 설정자로 옮겨 가고 있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 기조연설과 전동화 4개 축

하러 사장이 소개한 전동화 전략의 핵심은 ‘네 갈래’다. 순수 전기차,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함께 끌고 간다. 그는 엔지니어링 기술과 AI 기반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미래차 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서로 다른 기술의 강점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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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은 전기차 수요 둔화 이후 달라진 업계 흐름을 반영한다. 수년 전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은 순수 전기차 전환 시점을 앞다퉈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지역별 편차가 커지자, 여러 동력원을 동시에 준비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갔다. 엔진으로 발전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EREV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주행거리 불안을 함께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EREV를 공식 전략 축으로 거론한 것은 전기차와 내연기관 사이의 과도기 수요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김창환 부사장은 개회사에서 자동차 산업이 전례 없는 기술 전환기를 맞은 만큼 다양한 기술 접근과 글로벌 협력이 미래 모빌리티 발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의 복잡성 포용, 행사 주제

올해 서밋의 주제는 ‘모빌리티의 복잡성 포용(Embracing the Complexities of Mobility)’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배터리와 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과 과제를 다뤘다. 기조연설과 패널 토론에서는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자율주행 고도화, 전동화 기술의 다변화를 짚고 산업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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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자체가 업계의 고민을 드러낸다. 하나의 정답 기술로 수렴하던 시기는 끝났고, 동력원과 소프트웨어, 에너지 인프라가 지역과 시장마다 다르게 얽히는 복잡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인식이다.

글로벌 완성차·부품사 경영진 참석

행사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GM, 토요타, 보쉬, 샤오미, 창안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경영진과 기술 책임자가 참석했다.

참석 기업의 면면이 눈길을 끈다. 미국과 일본의 전통 완성차, 독일의 대표 부품사와 함께 중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인 샤오미와 국영 완성차 창안자동차가 같은 자리에 앉았다. 스마트폰 회사에서 출발한 샤오미가 세계 자동차공학 무대에 기술 리더로 참석했다는 것은 전기차 시대 업계 지형이 그만큼 바뀌었다는 의미다.

GV90·투싼과 핵심 기술 전시

행사장에서는 주요 완성차 업체의 차량과 기술 전시도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제네시스의 대형 전기 SUV GV90과 현대자동차 투싼을 내놨다. 배터리 팩과 수소 탱크, 로봇 플랫폼도 함께 전시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 로보틱스로 이어지는 그룹 기술 포트폴리오를 차량과 부품으로 보여 준 구성이다.

김창환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기술 교류와 협력에 꾸준히 참여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