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47종 중 36종 측면 창에 접합유리 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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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진(본 글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차가 물에 잠기거나 뒤집혀 문이 열리지 않을 때, 옆 창문이 접합유리라면 비상 탈출용 망치로도 깨기 어렵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자동차 창유리에 주로 쓰이는 강화유리와 접합유리의 특성과 적용 실태를 조사했다.

국산차 47종 가운데 36종이 앞좌석 옆 창문에 접합유리를 달 수 있었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몰랐고 제조사의 안내도 부족했다.

자기 차 창문이 어떤 유리인지는 유리 모서리의 표기로 확인할 수 있다. ‘TEMPERED’ 또는 ‘T’가 찍혀 있으면 강화유리, ‘LAMINATED’ 또는 ‘L’이 찍혀 있으면 접합유리다. 한국소비자원은 비상 탈출용 도구를 차 안에 두고, 강화유리 창문의 위치를 미리 알아 두라고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 창유리 실태조사

접합유리는 유리 두 장 사이에 PVB 같은 고분자 필름을 넣고 고온·고압으로 붙인 유리다. 깨져도 파편이 필름에 붙어 흩어지지 않는다.

앞유리에는 원래 접합유리를 쓰지만, 최근에는 실내 소음을 줄이려고 옆 창문에도 접합유리를 다는 차가 늘고 있다. 침수, 전도, 추돌 사고나 배터리 방전으로 전자식 도어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창문을 깨고 나와야 한다. 이때 접합유리는 탈출을 늦출 수 있다.

조사는 2026년 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됐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의 접합유리 적용 실태를 온라인으로 조사했고,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창유리 시험을 했으며, 소비자 1,000명에게 인식을 물었다.

강구 낙하·비상 탈출 망치 파괴시험

2.26kg 쇠구슬을 2m, 5m, 10m 높이에서 떨어뜨려 두 유리의 강도를 비교했다. 강화유리는 2m에서는 멀쩡했지만 5m에서 깨지면서 뚫렸고, 10m에서는 폭발하듯 부서졌다. 접합유리는 5m에서 금은 갔지만 뚫리지 않았고, 10m에서야 깨지면서 관통됐다.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쇠구슬의 충격 에너지는 약 222J로,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야구공 2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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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소비자원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비상 탈출용 망치 4종으로도 시험했다. 망치형, 단일 센터펀치형, 이중 센터펀치형, 카드형이다. 강화유리는 4종 모두로 깨졌지만, 접합유리는 때린 자리에 금만 갈 뿐 깨지지 않았다.

비상 상황을 가정한 모의 탈출 시험에서도 강화유리는 깨고 빠져나갈 공간이 확보됐지만 접합유리는 깨지지 않아 탈출이 어려웠다. 한국소비자원은 머리 받침대의 철제 막대나 비상 탈출용 망치를 써도 접합유리는 깨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국산차 47종 접합유리 적용 현황

조사 대상은 2026년 7월 8일 기준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KGM, 르노, 쉐보레 등 6개 브랜드가 판매하는 47종이다. 택시·렌터카 같은 영업용, 구급차 같은 특장차, 화물차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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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소비자원

47종 가운데 76.6%인 36종은 기본 사양이나 일부 트림, 선택 품목으로 앞좌석 옆 창문에 접합유리를 달 수 있었다. 앞뒤 좌석 옆 창문 모두에 접합유리를 달 수 있는 차는 25종(53.2%)이었다.

이 가운데 12종(25.5%)은 앞뒤 옆 창문 접합유리가 모든 트림의 기본 사양이라 소비자가 고를 수 없었다. 국산차 4종 중 1종은 뒷유리를 빼면 모든 유리가 접합유리라는 뜻이다.

앞뒤 옆 창문이 모두 기본 접합유리인 12종은 현대자동차 그랜저, 싼타페, 넥쏘,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9, 기아 K9, EV9, 제네시스 G80, G90, GV60, GV70, GV80이다. 대형 세단과 SUV, 고급 브랜드에 집중됐다. 기아 K9과 제네시스 G90은 뒷유리까지 접합유리를 기본으로 달아, 창문을 깨고 탈출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였다.

반대로 접합유리를 쓰지 않는 차는 11종이었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베뉴, 코나, 기아 모닝, 레이, 르노 아르카나, KGM 티볼리, 렉스턴, 무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다.

소음 저감만 알린 제조사 정보 제공

접합유리는 차급과 가격이 오를수록 고급 사양으로 들어가는 추세다. 제조사들은 ‘이중접합 차음유리’라는 이름으로 소음 저감 효과를 마케팅 요소로 내세웠다. 하지만 비상 탈출용 망치로도 깨기 어렵다는 사실은 거의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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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소비자원

어느 창문에 접합유리가 들어가는지도 공식 홈페이지의 카탈로그나 가격표 세부 항목을 찾아봐야 알 수 있었다. 트림과 선택 품목에 따라 적용 위치가 달라 소비자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 1,000명 가운데 76.5%(765명)는 옆 창문에 접합유리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비상 탈출에 필요한 것을 묻자(복수 응답) 비상 탈출 방법 안내가 73.2%로 가장 많았고, 탈출 도구 사용법이 65.3%, 옆 창문 유리 정보가 58.9%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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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소비자원

개선 요구 사항(복수 응답)으로는 차를 살 때 비상 탈출 도구를 제공해 달라는 답이 74.8%로 가장 많았다. 옆 창문 유리 정보를 명확히 알려 달라는 답이 55.2%, 옆 창문 중 한 곳에는 강화유리를 달아 달라는 답이 33.1%, 옆 창문 유리를 소비자가 고를 수 있게 해 달라는 답이 19.4%였다.

제조사 권고와 비상탈출 안전 수칙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 세 가지를 권고했다. 창유리 안전 정보 표시를 개선하고, 옆 창문 접합유리를 선택 품목으로 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며, 출고 때 주는 물품에 비상 탈출용 망치를 넣으라는 내용이다. 관계 부처에는 접합유리 특성을 반영한 차량 탈출 지침을 만들 것을 건의했다.

261104 자동차비상탈출장애요인실태조사 보도자료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11/260514_사진12_현대차_더_뉴_그랜저_출시.webp
출처:한국소비자원

제조사 5곳은 모두 창유리 안전 정보 표시를 개선하겠다고 회신했다. 옆 창문 접합유리를 선택 품목으로 운영하는 방안은 KGM,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3개사가, 출고 물품에 비상 탈출용 망치를 넣는 방안은 KGM 1개사가 검토 중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하려면 자기 차의 창유리부터 알아 둬야 한다. 강화유리는 창문을 살짝 내렸을 때 단면이 볼록하게 보이고, 접합유리는 단면이 오목하거나 차음 표시 기호가 찍혀 있다.

비상 탈출용 망치는 사고 충격에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해 두고, 유리를 칠 때는 가운데가 아닌 모서리를 노린다. 망치가 없으면 헤드레스트나 안전벨트 클립을 쓸 수 있다. 대부분 차량의 뒷유리는 강화유리라 옆 창문이 접합유리인 차라면 뒷유리가 탈출 경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