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제네시스는 GV80 하이브리드가 1회 주유로 최대 약 912km를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복합연비 12km/ℓ에 연료탱크 76ℓ를 곱한 수치다.
숫자 자체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뒤에 들어간 기술이다. 모터를 언제 쓰고 엔진을 언제 붙이느냐를 결정하는 제어 기술들이 이 차에 대거 들어갔다.
912km는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제네시스 발표 기준 GV80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9인치 2WD 5인승 모델 기준 12km/ℓ이고 연료탱크 용량은 76ℓ다. 두 수치를 곱하면 912km가 나온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이는 인증 연비를 이용한 산술값이다. 실제 주행에서는 휠 크기와 구동 방식, 탑승 인원,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19인치보다 큰 휠을 고르거나 AWD를 고르면 연비가 내려가고, 912km도 함께 줄어든다.
언제 엔진이 켜지고 꺼지나
제네시스는 출발 직후 약 시속 30km에 도달할 때까지 모터를 활용한 EV 모드 주행을 적극 활용하도록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하 주차장처럼 소음이 두드러지는 공간에서 엔진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다.

신호등이 많은 시내 도로나 정체 구간에서도 EV 모드를 최대한 쓴다. 모터가 일하는 구간을 넓힌 것인데, 이를 가능하게 한 하드웨어가 수냉식 배터리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시스템 가운데 처음 적용됐고, 더 높은 최대 방전 출력을 확보해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재가속 성능도 함께 챙겼다. EV 모드로 달리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의 힘을 즉각 끌어다 쓰도록 개발해, 연구소 자체 측정 기준 시속 100km에서 2.5 가솔린 터보보다 약 18% 빠른 재가속 성능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에서 흔히 지적되는 ‘엔진이 붙을 때까지의 공백’을 줄인 셈이다.
험로에서는 엔진이 거든다
GV80 하이브리드 AWD 모델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하이브리드 터레인 퍼포먼스가 적용됐다.

경사로나 비포장도로를 저속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모터만으로 구동력이 부족하다고 차량이 판단하면 엔진 구동을 더해 구동력을 만든다. 터레인 모드에서는 일반 모드보다 배터리 충전량을 높게 유지하도록 제어한다. 높은 토크를 많이 쓰는 상황을 대비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는 저속 험로에서 배터리가 금방 바닥나면 힘이 빠지는 구조적 약점이 있다. 충전량을 미리 높여두고 필요할 때 엔진을 붙이는 제어가 이 약점을 메운다.
내비게이션이 배터리를 관리한다
하이브리드 계층형 예측 제어는 목적지까지의 주행 경로와 도로 상황을 예측해 배터리 충전량을 최적 제어한다. EV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 회생 제동 모드가 상황에 맞게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스마트 회생 제동도 같은 맥락이다. 과속 카메라 같은 내비게이션 정보와 앞차와의 거리를 종합해 회생 제동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덜 밟게 되니 피로가 줄고, 회생 제동으로 들어오는 충전량이 늘어 연비에도 보탬이 된다.
정차 중에는 전기차처럼 쓴다
스테이 모드는 고전압 배터리를 이용해 엔진 시동 없이 공조와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차 안의 모든 편의 기능을 쓸 수 있게 한다.

V2L은 전기차와 같은 최대 출력 3.6kW를 지원한다. 일반 가정용 가전과 전자기기를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엔진이 돌 때는 계속 쓸 수 있고, 엔진이 멈춘 스테이 모드에서는 배터리 용량의 최대 50%, 즉 충전량 80%에서 30%까지 쓸 수 있다.
하이브리드의 V2L은 전기차와 성격이 다르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쓰면 주행거리가 그만큼 줄지만,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있어 돌아올 걱정이 없다. 캠핑장에서 전기를 넉넉히 쓰고도 귀가 거리를 계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조용함은 여러 겹으로 만들었다
제네시스는 소음과 진동도 여러 방향에서 눌렀다. 2.5 가솔린 터보보다 낮은 종감속기어비를 설정해 구동계 정숙성을 확보했고, 엔진 크랭크 샤프트 댐퍼풀리에 비틀림 진동과 굽힘 진동을 동시에 줄이는 기술을 넣었다. 신규 후륜 7단 변속기에는 회전식 진동 흡수 댐퍼를 적용했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도 막았다. 가속할 때 소음이 전달되는 대시패널 흡차음재에 차음층을 추가하고, 부시 형상을 최적화하고 엔진 서포트 브라켓에 댐퍼를 적용했다.
승차감 쪽에서는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가 핵심이다. 압축과 인장을 각각 제어하는 두 개의 밸브로 차량 거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감쇠력을 독립 제어한다. 여기에 앞뒤 스프링 강성을 높이고 후륜 스태빌라이저바 강성을 더했으며, 후륜 어시스트암 강성을 올려 조향 응답성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