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QE·EQS 차주에 1인당 400만 원 배상 결정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전기차 EQE·EQS 차주들에게 1인당 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받았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다수 전기차 모델에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셀을 탑재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결정을 내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판매지침에 CATL 배터리 셀만 들어간 것처럼 안내했다.

결정이 확정되려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은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수락하면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차주에게도 같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절차가 진행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집단분쟁조정 결정

조정 대상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공식 수입·판매한 EQ 전기차 5개 차종이다. EQE 500 4MATIC SUV, EQE 53 4MATIC+, EQE 350+, EQE 350 4MATIC, EQS 350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비자 53명은 이 차들에 CATL 배터리 셀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샀지만 실제로는 파라시스 셀이 탑재됐다며, 올해 5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7월 2일 조정 절차를 개시하고 한 달 동안 참가 신청인을 추가로 모집했다. 최종 신청인은 142명이다. 결정대로라면 배상 총액은 5억6,800만 원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3월 10일 같은 사안을 제재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모든 EQE·EQS에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되는 것처럼 차량 판매지침을 만들어 딜러사에 배포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매지침에 담긴 배터리 정보

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딜러사에 배포한 차량 판매지침(EQ Sales Playbook)을 문제의 핵심으로 봤다.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않아 생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있다는 판단이다.

위원회가 든 근거는 네 가지다. 첫째, 해당 차종에 파라시스 셀이 탑재된 사실을 빼고 CATL 셀만 들어간 것처럼 강조했다. 둘째, 판매지침을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딜러사 직원들이 영업에 활용하도록 교육으로 적극 알렸다. 셋째, 소비자가 딜러사 직원에게 들은 정보를 믿고 차를 사면서 합리적인 구매 선택 기회를 침해당했다. 넷째, 판매지침은 영업의 기준이 되는 핵심 자료이므로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작성하고 안내할 주의의무가 있다.

1인당 400만 원 산정 사유

위원회는 배상액을 1인당 400만 원으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구동 성능은 물론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의 가치를 좌우한다. 파라시스와 CATL 배터리 셀은 시장점유율, 인지도, 기술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수입차라는 특수성도 고려했다. 수입차 소비자는 차를 독점 수입하는 총판매점이 주는 상품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신뢰는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여기에 2024년 8월 1일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파라시스 배터리 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점도 반영했다. 위원회는 해당 셀을 단 전기차의 교환가치가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수락 여부와 미참여 차주 보상

조정 결정은 양측이 모두 수락해야 효력이 생긴다.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수락하면 위원회는 보상계획서 제출 등 절차를 밟아,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같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반대로 어느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고, 차주들은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이 사안을 둘러싼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한용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조정 결정이 피해 차주들의 실질적인 권익 구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의 독일 수입차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분쟁 해결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