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를 파는 것과 고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배터리와 고전압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정비 인력이 현지에 없으면 판매망도 버티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가 해외 정비 교육기관의 강사와 학생을 국내로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자동차는 해외 8개국의 서비스 인재 28명을 초청해 14일부터 18일까지 첨단 모빌리티 교육과 그룹 주요 거점 견학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매년 글로벌 산학협력기관의 우수 인재를 국내로 불러 정비 교육을 실시해 온 프로그램이다.
참가 국가와 구성
올해는 네팔, 인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터키, 폴란드, 싱가포르 등 아시아·유럽 8개국 산학협력 정비기관에서 선발된 학생 18명과 교육 강사 10명이 참석했다.
강사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구성이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준다. 강사들은 귀국 후 자국 정비 교육기관에서 현대자동차 특화 커리큘럼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학생 28명을 교육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각국 교육기관을 통해 인력 양성 체계 자체를 이식하는 구조다.
천안 글로벌러닝센터 교육 내용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천안 글로벌러닝센터에서 교육이 진행됐다. 전기차 기초 원리부터 배터리, 차량 통신, 충전 시스템, E-GMP, 첨단운전자보조(ADAS)까지 다뤘다. 실제 부품과 장비를 직접 다루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교육 항목은 내연기관 정비 경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돼 있다. E-GMP는 현대자동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이고, 차량 통신과 ADAS는 소프트웨어 진단 역량을 요구한다. 참가국 중 인도와 터키는 현대자동차의 주요 생산·판매 거점이고, 네팔과 필리핀처럼 전동화 초기 단계인 시장도 포함됐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시장마다 다른 상황에서 정비 역량을 미리 확보해 두는 접근이다.
그룹 거점 견학 일정
17일과 18일 이틀간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고양하이테크센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방문했다. 쇳물이 자동차가 되는 과정부터 정비와 브랜드 체험 공간까지 이어지는 동선이다.
제철소를 일정에 넣은 것은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된 구조를 직접 보여주려는 구성으로, 현지 정비 인력에게 브랜드 신뢰를 심는 효과도 노린 배치다.
참가자의 귀국 후 역할
학생들은 자국 내 현대자동차 정비 거점에서 업무를 시작해 정비 서비스 품질 향상에 기여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우수 학생에게 해외 판매·서비스 거점 취업 기회도 제공한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 확대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가 정비망 부족이다. 신흥 시장일수록 정비 인력 확보가 어렵고, 서비스 품질 편차는 브랜드 평판으로 직결된다. 교육기관과 협력해 인력 공급원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은 딜러망 확장 속도와 서비스 품질을 함께 관리하려는 선택이다.
강범석 현대자동차 글로벌서비스사업부장 전무는 우수한 글로벌 학생을 서비스 인재로 육성하는 일이 전 세계 고객이 현대자동차를 더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산학협력으로 미래 서비스 인재의 성장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현지 교육기관과 해외법인, 딜러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 육성과 서비스 현장의 동반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