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는 커졌는데 바람은 덜 탄다. 신형 투싼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0이다. 기존 0.33에서 0.03 낮아졌다. 전폭은 40mm 넓어지고 전고는 20mm 높아졌는데도 그렇다.
자동차 공력 설계에서 차체를 키우면서 Cd를 낮추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정면 면적이 커지면 밀어내야 할 공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숙제를 차체 외곽이 아니라 공기가 빠져나가는 끝단과 새어 나가는 틈에서 풀었다.
Cd 0.33에서 0.30은 얼마나 큰 차이인가
현대차 발표 기준 신형 투싼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Cd는 0.30으로, 기존 0.33보다 약 9% 낮다.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진다. 시속 50km 도심 주행에서는 공기저항이 연비에 주는 영향이 작지만, 시속 100km 이상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저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Cd가 9% 낮아졌다고 연비가 9% 좋아지지는 않는다.

차체가 커진 만큼 정면 면적도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커진 차체가 고속에서 연비를 깎아 먹는 만큼을 Cd 개선이 상쇄한 것은 분명하다. 신형 투싼 하이브리드 복합연비가 17.4km/ℓ로 오른 배경에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함께 이 공력 개선이 있다.
비교 대상으로 싼타페를 보면 감이 잡힌다. 2023년 출시된 디 올 뉴 싼타페는 각진 차체에도 Cd 0.294를 기록했다. 투싼은 박스형 디자인의 싼타페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공력을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어디를 손봤나
현대차는 리어 스포일러와 17인치 휠의 형상을 다듬고,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과 리어 범퍼 스포일러를 새로 달았다. 액티브 에어 플랩에는 실링재를 추가해 공기가 새는 틈을 막았다.
하나씩 풀어보면 이렇다. SUV는 뒷면이 수직에 가까워 차 뒤쪽에 소용돌이가 크게 생긴다. 이 소용돌이가 차를 뒤로 끌어당기는 힘이 된다. 리어 스포일러와 리어 범퍼 스포일러는 지붕과 범퍼 아래를 흐르던 공기가 차체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끝단을 정리한다. 소용돌이의 크기를 줄이는 방식이다.

17인치 휠 형상 최적화도 같은 맥락이다. 휠은 회전하면서 공기를 휘젓는 부품이라 스포크 모양에 따라 저항이 달라진다.
현대차가 굳이 ’17인치’를 명시한 것을 보면, 이 개선은 공인연비 측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 휠에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다. 18인치 이상 휠을 고르면 공력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은 라디에이터로 공기가 필요 없을 때 그릴 안쪽을 닫는다. 투싼은 이를 그릴 바깥쪽에 달아 효과를 키웠고, 플랩과 차체 사이 틈으로 새는 공기까지 실링재로 막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틈 몇 밀리미터까지 신경 썼다는 점이 이번 공력 설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공력 개선은 정숙성과도 연결되나
공기 흐름을 다듬는 작업은 풍절음을 줄이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 전 좌석 도어 유리의 두께를 늘려 고속 주행 중 바람 소리를 줄였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시 패널 흡차음 패드를 보강해 엔진룸 소음을 줄이고, 엔진 마운트의 유체 구조를 개선하고 변속기 마운트에 듀얼 스토퍼를 달아 시동·가속 때 진동을 잡았다. 공력과 방음을 함께 손본 것이다. 차체가 커지면 실내 공명도 커지기 쉬운데, 이를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