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상견례 111일 만에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 도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국면을 넘어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8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임금교섭 16차 교섭에서 최영일 대표이사와 이종철 노조 지부장 등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파업 국면과 협력사 경영난이 만든 타결 압력

이번 교섭은 7월 이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차량 생산차질과 직원 임금손실이 이어졌고, 부품 협력사들의 경영난이 함께 가중됐다.

파업 장기화가 완성차 업체보다 협력사 쪽에 먼저 타격을 남기는 구조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반복돼 온 문제다. 완성차 라인이 멈추면 매출이 특정 고객사에 집중된 1차 이하 협력업체는 곧바로 유동성 압박을 받는다. 이번 교섭에서 협력사 상생과 지역경제 회복이 타결 명분으로 전면에 등장한 배경이다.

노사는 더 이상의 피해 확대를 막고 회사의 생존과 협력사와의 상생,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교섭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협상을 매듭지었다. 하반기 생산과 신차 출시에 총력을 기울여 파업 여파를 수습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피지컬 AI·로보틱스 도입에 대한 노사 공감대 형성

이번 합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선 항목이다. 노사 양측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향후 신사업 및 신기술 관련 진행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미래 산업 전환에 노사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관행을 탈피하고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노사 공동의 노력과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도 뜻을 모았으며, 변화 대응력 향상과 제도개선, 생산성, 제조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은 전통적으로 생산직 고용과 정면으로 맞물리는 사안이다. 이를 교섭 테이블에서 대립 항목이 아니라 공동 대응 과제로 정리한 것은 국내 완성차 노사 관계에서 드문 형태다. 다만 합의 내용은 정보 공유와 공동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라인 투입 단계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는 후속 협의에 남는다.

2027년 200명·2028년 300명 기술직 신규채용 합의

노사는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로 하고 기술직 신규채용에 합의했다. 2027년 하반기 핵심직무 등에 기술직 200명, 2028년에 기술직 300명을 새로 뽑는다.

채용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국내공장 재편의 일환으로 기존 1공장과 #42라인 재건축이 추진 중이며, 내년부터 해당 공장 근무자들의 대규모 배치전환이 예정돼 있다. 기존 인력의 재배치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외부 신규 채용을 확정한 셈이다.

기본급 10만 원 인상 포함 보상안 세부 내용

노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 아래 지난해 경영실적과 올해 경영환경을 고려해 임금과 성과금 수준을 산정했다.

주요 내용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400%+1,270만 원, 주식 15주, 해시포인트(복지포인트) 50만 원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장기간 교섭 진통과 파업으로 주주와 고객, 부품 협력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노사가 더 이상의 피해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어렵게 잠정합의를 이뤄낸 만큼 하반기 생산과 신차 생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