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린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경기장 퍼포먼스가 화제를 모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FIFA가 이어온 27년간의 파트너십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노르웨이의 16강전 하프타임에는 선수 입장 터널을 통해 아틀라스가 경기장에 등장해 유명 선수들의 세레머니를 재현하고 축구공을 주심에게 전달하는 시연을 선보였다.
포춘(Fortune)은 이를 두고 월드컵 역사상 전례 없던 장면이었다고 평가했으며, 애드위크(ADWEEK)는 현대차가 단순 후원사 참여를 넘어 로보틱스 기술과 브랜드 비전을 결합한 새로운 글로벌 마케팅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짚었다.
캠페인 준비 과정을 담은 ‘트레이닝 그라운드(The Training Ground)’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650만 회를 넘어섰다.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역시 댈러스 국제방송센터와 뉴욕·뉴저지 스타디움 등에서 자율 순찰과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그룹-FIFA 파트너십의 태동과 발전 과정
현대차그룹은 1999년 현대차와 FIFA가 첫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27년간 월드컵을 후원해 왔다. 이는 FIFA 공식 후원 체계 중 최상위 등급인 FIFA 파트너(FIFA Partners) 후원사 가운데 아디다스(1970년부터), 코카콜라(1978년부터)에 이어 3번째로 긴 후원 기록이며, 자동차 부문에서는 최장 기간 후원에 해당한다.

이 파트너십은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 이후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성사됐다. 여러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경쟁한 끝에 현대차가 최종 후원사로 선정됐고, 1999년 체결된 계약에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을 포함한 13개 FIFA 주관 대회 후원이 포함됐다.
현대차의 첫 공식 파트너 데뷔 무대는 1999 FIFA 미국 여자 월드컵이었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결승전은 약 1,790만 명이 시청해 당시 미국 TV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미국의 승리 세레머니 장면에 현대차 광고판이 함께 포착됐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의 폴란드전 첫 승과 박지성 선수의 포르투갈전 결승골 등 주요 장면마다 현대차 로고가 노출됐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에서는 64개 경기에서 평균 15분씩 브랜드가 노출됐고, 2007년에는 기아도 FIFA 공식 파트너십에 합류해 같은 해 열린 2007 FIFA U-17 월드컵을 기점으로 후원 활동을 시작했다.
27년에 걸친 FIFA 동행 기간 동안 현대차그룹은 후발주자에서 세계 3위 완성차 업체로 성장했고, 월드컵 후원 역시 단순 브랜드 노출을 넘어 기술과 비전을 알리는 무대로 확장됐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할 예정이며, 초대 월드컵 100주년을 맞는 2030 FIFA 월드컵은 현대차그룹의 FIFA 동행이 30년을 넘기는 해이기도 하다.
대회 운영을 지원해온 공식 차량 규모
현대차그룹은 1999 FIFA 미국 여자 월드컵부터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공식 차량을 지원해 왔다.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2,160대를 지원해 FIFA 월드컵 단일 대회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공식 차량을 공급했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부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7개 대회에 걸쳐 제공된 공식 차량은 총 8,900여 대에 달하며, 차량 한 대의 길이를 승용차 평균인 4.5m로 계산하면 일렬로 약 40km에 이르는 규모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에서는 투싼 수소연료전지 차량과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조직위에 제공해 친환경 모빌리티 가능성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지원 차량 983대 중 316대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구성해 월드컵 후원 사상 처음으로 친환경 공식 차량을 대거 도입했다.
순수 내연기관 차량 지원에서 시작한 후원이 친환경차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온 흐름은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이 후원 활동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 참여형 캠페인으로 확장된 후원 방식
현대차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에서 32개 참가국을 상징하는 대형 축구공을 세계 주요 도시에 순회 전시하는 ‘굿윌 볼 로드쇼(Goodwill Ball Road Show)’를 진행하고, 서울 여의도 인근에 ‘월드컵 플라자’를 운영하며 거리 응원 문화를 뒷받침했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부터는 팬이 직접 최고의 골 장면을 선정하는 ‘Hyundai Goal of the Tournament’를 시작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30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 드림볼 프로젝트(One Million Dream Balls for Africa)’를 통해 축구공 100만 개를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전달했으며,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온라인 팬파크’를 개설해 약 750만 명의 팬이 응원 콘텐츠를 공유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부터는 개최 도시에 FIFA 뮤지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The History Makers’ 특별전에는 9만 4천여 명이 방문했고,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흙 다짐 공법과 재활용 소재 마감재를 적용한 친환경 뮤지엄을 열어 14만 명 이상이 찾았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뉴욕 록펠러 센터 내 ‘라디오 파크(Radio Park)’에 ‘Legacies of Champions’를 주제로 한 뮤지엄을 조성하고, 아틀라스와 스팟을 전시해 관람객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Be There With Hyundai’ 캠페인은 팬이 응원 슬로건과 메시지를 제안하고, 선정된 콘텐츠를 각국 대표팀 공식 버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2026 대회에서는 어린이 축구 팬을 대상으로 한 ‘대표팀 응원 어린이 그림 공모전’으로 확장해, 국가별 선정 작품을 대표팀 버스에 반영했다.
기아의 유소년 축구 지원 프로그램
기아는 2007년 FIFA 공식 파트너에 합류한 이후 월드컵을 비롯해 FIFA 여자 월드컵, FIFA 청소년 월드컵 등을 후원하며 유소년 육성에 나서왔다. 대표 프로그램인 ‘오피셜 매치볼 캐리어(Official Match Ball Carrier, OMBC)’는 경기 시작 전 공인구를 심판에게 전달하고 선수와 함께 입장할 어린이를 전 세계에서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OMBC 선발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유소년 축구 대회 ‘OMBC컵’을 새롭게 개최했다. 9개국 63명의 유소년 선수가 참여했으며, 기아는 이를 월드컵 48개 참가국을 넘어서는 ’49번째 팀(49th Team)’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월드컵 앰버서더 티에리 앙리(Thierry Henry)를 비롯한 각국 축구 레전드들이 코치 겸 감독으로 참여해 멘토링을 진행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우루과이전 OMBC로 선정됐던 김예건 선수는 이후 성장을 거쳐 2026년 K리그1 전북 현대 모터스와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유소년기 월드컵 경험이 실제 프로 선수로의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로, OMBC 프로그램이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 인재 육성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과 미래 비전을 담은 캠페인
현대차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연대를 메시지로 담은 ‘세기의 골(Goal of the Century)’ 캠페인을 전개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차세대 축구와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아우르는 ‘미래는 지금 여기서부터(Next Starts Now)’ 캠페인을 선보였으며, 아틀라스가 축구 동작을 학습하며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하는 과정을 담은 ‘스쿨 오브 풋볼(School of Football)’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FIFA 파트너십은 차량 지원이라는 기본 역할에서 출발해 팬과 선수, 미래 세대를 연결하고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을 알리는 플랫폼으로 확장돼 왔다. 2030년까지 이어지는 후원 계획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월드컵을 무대로 한 현대차그룹의 기술 마케팅은 로보틱스와 친환경 모빌리티 영역을 중심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