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디젤 의존도 97% 남극 기지를 친환경 수소 에너지로 전환

사진 2 현대차그룹 ‘남극과학기지 그린수소 그리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 https://mobilityground.com/wp-content/uploads/2026/06/사진-2-현대차그룹-‘남극과학기지-그린수소-그리드-구축을-위한-업무협약식.webp

현대자동차그룹이 지구 최남단으로 수소 기술을 가져간다. 남극과학기지에 청정수소 에너지 순환 모델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극지연구 활동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극과학기지 그린수소 그리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설립 40주년을 앞두고, 디젤 발전에 의존해온 극지 연구시설의 전력 체계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협약이다.

디젤 의존도 97% 남극 기지, 그린수소 그리드로 에너지 전환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에는 남극 기지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극지연구소가 운영 중인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의 디젤 발전 비중은 약 97%에 달한다. 외부 전력망과 단절된 고립된 입지에 열악한 기상·물류 여건까지 겹쳐, 대량 운송과 장기 저장이 쉬운 디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태양광 설비를 일부 구축했지만 악천후와 적설, 여름철 백야와 겨울철 극야로 인한 계절별 일조량 편차가 커 안정적 수급은 어려웠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메우기 힘든 변동성을, 수소를 매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 이번 구상의 핵심이다.

태양광 잉여 전력으로 수소 생산·저장, 발전 제한기에 연료전지 활용

그린수소 그리드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전력 시스템이다. 태양광 등으로 얻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한 뒤, 연료전지 발전에 활용해 다시 전력을 만드는 순환 체계다.

현대차그룹은 일조량이 풍부한 기간에 잉여 태양광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태양광 발전이 제한되는 시기에 연료전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남극형 그린수소 그리드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기, 수소를 압축 저장하는 수소 저장 장치, 수소로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 발전기를 남극 기지에 설치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도 확충한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현지 설비 구축·운영에 협력하고 수소·태양광·디젤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력 운영 체계를 도입해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극한 환경 실증으로 글로벌 수소 리더십 확보 노려

이번 프로젝트는 사회공헌의 성격을 띠지만,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수소 사업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남극형 그린수소 그리드는 남극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모델이 핵심이다.

남극이라는 지구상 가장 극단적인 환경은 역설적으로 최고의 기술 실증 무대가 된다. 영하의 혹한과 고립된 입지에서 수소 생산·저장·발전 전 주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현대차그룹이 이 프로젝트를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대의 발판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충북 청주, 경기 파주 등에서 수소도시 조성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홍콩 등에서 현지 맞춤형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남극은 이 실증 경험을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검증하는 무대인 셈이다.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남극 그린수소 그리드 조성 프로젝트가 남극과학기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주요 출발점이라며, 수소 전 주기 기술을 기반으로 극한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에너지 모델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 가능한 지속가능 수소 솔루션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