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출범 10년을 채운 제네시스가 라인업의 천장을 다시 올렸다. 제네시스는 현지시간 8월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GV90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 네오룬과 GV90를 처음 공개했다. 2024년 뉴욕에서 선보인 네오룬 콘셉트가 2년 만에 양산 형태로 돌아온 자리다.
공개 무대를 서울이 아닌 샌프란시스코로 잡은 선택부터 이 차의 좌표를 드러낸다. 제네시스 판매의 중심축인 북미에서, 그것도 기술 산업의 상징 도시에서 플래그십을 꺼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GV90는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미래 럭셔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혁신의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호세 무뇨스 사장도 한국적 환대와 장인 정신을 가장 진일보한 방식으로 구현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초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의 구조
GV90는 두 가지 도어 방식으로 나뉜다. 스윙 도어를 쓰는 GV90, 그리고 세계 최초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 도어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를 적용한 GV90 네오룬이다.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B필러 없이 프론트 도어와 리어 도어가 서로 마주 보며 열린다. 여기서 핵심은 ‘독립 개폐’다. 통상의 코치도어는 앞문을 먼저 열어야 뒷문이 열리는 순차 구조를 갖지만, 제네시스는 새로 개발한 듀얼 모션 힌지로 이 제약을 풀었다. 리어 도어를 바깥쪽으로 슬라이딩시킨 뒤 부드럽게 회전시켜 프론트 도어와 간섭 없이 여닫는 방식이다.
코치도어는 오랫동안 초럭셔리 세단과 SUV의 상징 사양으로 취급돼 왔다. 제네시스가 이 영역에 진입하면서 순차 개폐라는 기존 방식의 불편을 먼저 해소한 것은, 상징성 확보에 그치지 않고 실사용 완성도로 차별점을 만들겠다는 판단이다.
B필러 삭제와 충돌 안전 성능 확보 방식
B필러는 측면 충돌 하중을 받아내는 핵심 골격이다. 이를 제거하면서 안전 성능을 지키는 것이 네오룬 아치 게이트 양산화의 최대 관문이었다.

제네시스는 도어 내부에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넣어 강성을 확보하고, 차체와 도어를 연결해 충돌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구조를 적용했다.
탑승 공간을 둘러싼 차체 골격은 기존 대비 1.5배 두껍게 만들었고, 초고강도 스틸 튜브와 고강성 구조용 폼을 곳곳에 배치해 히든 롤케이지 구조를 구현했다. 제네시스는 이를 통해 B필러가 있는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충돌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 포함 12에어백 시스템의 보호 범위
GV90에는 총 12개의 에어백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루프 에어백은 세계 최초 적용이다. 차량 전복 사고 시 빠르게 전개돼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으며, 탑승객이 루프 글라스를 통해 차 밖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막고 루프 충돌에 따른 상해를 줄인다.
파노라마 루프가 대형 SUV의 사실상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복 시 유리면 이탈은 실질적 위험 요소로 남아 있었다. 루프 에어백은 이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한 사양이다.

동승석에는 탑승객 자세에 맞춰 두 단계로 펼쳐지는 듀얼 뎁스 에어백이, 시트 쿠션에는 충돌 시 하체를 지지해 몸이 시트벨트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 에어백이 적용됐다.
3열 보호 커튼 에어백이 추가됐고 1열과 2열 사이드 에어백, 운전석 무릎 에어백은 크기를 키웠다. 실내 모니터링 시스템은 탑승객 유형과 착좌 여부를 확인해 에어백과 시트벨트를 최적 제어하고, 벨트 오착용이나 이상 자세를 감지해 경고한다.
배터리 쪽에는 셀 간 열전이를 막는 배터리 열전이 안전 기술(TRP)이 들어갔다. 배터리 전방에는 슬라이더 구조를 적용해 전방 충돌 시 모터와 서브프레임을 차량 하부로 우회시켜 배터리 직접 타격을 피하도록 설계했다.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사전진단 기능은 실시간 진단과 잠재 이상 징후 감지를 담당한다.
eMP 플랫폼 기반 파워트레인 제원과 주행 성능 구성
GV90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용 플랫폼인 eMP(Electric Mobility Prime) 플랫폼을 쓴다. 축간거리는 3,245mm, 전장 5,285mm, 전폭 2,030mm, 전고는 22인치 타이어 기준 1,815mm, 24인치 기준 1,825mm다.

배터리 용량은 123.5kWh로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크다. 고밀도·고출력 설계 셀을 써 에너지밀도를 높였고, 복잡한 배선을 줄이는 무선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한정된 공간에 대용량을 담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GV90 7인승 기준 500km(제조사 연구소 측정 기준)이며, 350kW급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22분이 걸린다.
모터는 전륜 240kW·350Nm, 후륜 250kW·450Nm로 합산 최고 출력 490kW, 최대 토크 800Nm다. 이 역시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중 최고 수치다.
2톤을 크게 웃돌 초대형 전동화 SUV에서 관건은 절대 출력이 아니라 거동 제어다. GV90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전륜과 후륜에 각각 e-LSD를 얹은 듀얼 e-LSD를 적용해 고속 선회 시 네 바퀴의 힘을 배분한다.

여기에 강성 조절이 가능한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 최대 5도 범위의 능동형 후륜 조향(RWS)이 조합된다. 제네시스는 후륜 조향으로 회전 반경을 중형차 수준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5.3미터에 육박하는 차체가 도심에서 감당 가능한 크기로 느껴지느냐가 이 차의 일상 만족도를 좌우한다.
정숙성 확보에도 물량이 투입됐다. 전면 윈드실드부터 비전루프, 테일게이트까지 모든 유리에 두께 5mm를 넘는 차음 유리를 적용했고, 차체 주요 골격 빈 공간에 고발포 방음 충진재를 주입했다. 전륜에는 대구경 피스톤을 쓴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가 들어간다.
시동 버튼 삭제와 팝업형 시네마틱 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용자 경험
GV90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시동 버튼을 없앴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도어가 자동으로 열린다.

탑승 후 도어를 닫으면 회전형 변속 레버(SBW)가 12시에서 2시 방향으로 이동해 변속 가능 상태가 되고, 크리스탈 스피어 통합 컨트롤러가 회전하며 대시보드 상단 트위터 커버가 좌우로 열린다. 이후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넣으면 바로 출발한다.
기계식 조작을 없앤 자리를 부품의 물리적 움직임으로 채운 방식이다. 전동화 이후 사라진 시동 절차의 의례성을 다른 방식으로 되살리는 접근으로, 플래그십에서 탑승 순간의 연출이 갖는 무게를 계산한 설계다.
센터에는 팝업형 OLED 시네마틱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주행 중에는 23.6인치 와이드 화면으로 작동하고, 정차 상태에서 확장 버튼을 누르면 90mm 상승해 약 1.7배 커진 24.6인치로 바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25인치다.

인포테인먼트는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가 담당한다. 차량용 AI 에이전트 글레오 AI와 대화로 차량 제어와 정보 검색이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개방형 운영체제(AAOS)를 토대로 플레오스 앱마켓에서 서드파티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주차 지원으로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3(RSPA3)와 지나온 궤적을 기억해 후진을 돕는 기억 후진 보조(MRA)가 들어간다.
스위블링 시트와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전용 사양의 실내 구성
GV90 네오룬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앞좌석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가 적용됐다. 정차 중 도어 트림 버튼을 누르면 앞좌석이 180도 회전해 마주 보는 라운지 공간이 만들어진다. 플랫 플로어와 슬림 칵핏이 이를 뒷받침한다.

4인승 GV90 네오룬 이그제큐티브 스위트에는 전용 사양이 집중됐다. 2열 바닥에는 천연 우드 베니어를 쓴 우드 플로어가 깔리고, 한국 전통 난방인 온돌에서 영감을 받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들어간다.
2열과 트렁크를 분리하는 컴포트 파티션이 트렁크 소음을 차단하고,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필름으로 투명도를 6개 영역으로 나눠 조절하는 스마트 비전 루프에 롤 블라인드가 더해진다. 최고급 소프트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가 기본이며 2열 타워 콘솔과 냉장고, 테이블이 함께 제공된다.
감성 사양의 중심은 25개 스피커로 구성된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이다. 대시보드 상단 양끝 ALT 트위터와 헤드라이닝 스피커 4개를 포함해 7.1.4 채널 돌비 애트모스를 구현하며, 보스턴 심포니 홀과 웸블리 스타디움 등의 음장을 재현하는 버추얼 베뉴, 음색을 조절하는 베오소닉이 들어간다.

시트는 15개 공기 주머니와 펄스 모듈로 기존 제네시스 모델보다 강화된 마사지 기능을 제공하고, 1열과 2열 콘솔 암레스트와 도어 트림에 열선이 적용됐다. 금속 코팅 윈드실드 발열 유리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초 적용으로, 공조 가동 없이 유리가 스스로 열을 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한다.
달항아리 모티브의 외관 조형과 컷리스 공법 적용 디테일
디자인 모티브는 달항아리다. 제네시스 최초로 적용된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는 거대한 클램쉘 후드 아래 전면부를 가로지르며, 레이저 미세 가공으로 램프와 차체 경계를 최소화하는 컷리스 공법이 쓰였다. 하단 범퍼에는 두 층의 지-매트릭스 패턴을 입체적으로 쌓은 크롬 그릴이 들어간다.

측면부는 5,285mm 차체와 유려한 휀더 볼륨, 24인치 대형 단조 휠로 구성된다. GV90 네오룬은 1열과 2열 창문 사이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으로 차별점을 두고, GV90는 프레임 플러시 타입 도어 유리로 단차를 없앴다.
후면은 리어 스포일러를 삭제하고 면발광 리어 램프와 제네시스 레터링만 남겼다. 장식 요소를 걷어낸 자리에 달항아리 곡선을 그대로 옮긴 조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CCO 겸 CD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본질만 남겼을 때 드러나는 럭셔리에 대한 믿음을 담은 모델이라고 설명하며, 2024년 네오룬 콘셉트가 비전이 아닌 약속이었고 GV90가 그 약속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외장 색상은 세이셸 베이지, 바에나 그린, 소노란 네이비, 타우포 그레이, 자이푸르 로즈, 벨라 버건디, 코모 블루, 우유니 화이트, 세빌 실버, 마칼루 그레이, 비크 블랙, 카프리 블루, 카디프 그린 등 유광 13종과 모나쉬 실버, 마테호른 화이트, 마칼루 그레이 매트 등 무광 3종을 더해 총 16종이다. 내장은 GV90와 GV90 네오룬 각각 5종으로 운영되며, 가니쉬는 천연 우드와 슬레이트 자연석 기반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중 선택할 수 있다.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의 전용 구성
한정판인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도 함께 공개됐다. 투톤 외장과 외장 색상을 포인트 컬러로 적용한 24인치 단조 휠이 특징이며, 실내에는 울 캐시미어 가니쉬가 기본 적용되고 크리스탈 스피어 통합 컨트롤러와 시트 헤드레스트, 도어 스텝에 전용 로고가 새겨진다.

자이푸르 로즈/세이셸 베이지 외장과 퀸스 브라운 내장, 비크 블랙/바에나 그린 외장과 베일드 인디고/풀리아 그린 내장, 비크 블랙/소노란 네이비 외장과 마제스틱 퍼플/리갈 네이비 내장 등 3가지 조합으로 나온다.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 프로젝트와 북미 브랜드 전략의 연결
제네시스는 GV90 공개와 함께 마릴린 먼로의 도전과 혁신 정신을 브랜드 비전과 연결했다. 지난 6월부터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 특별전 ‘매니페스팅 마릴린’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념 영화 ‘플레시 임팩트’ 제작을 지원한다.

한국의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라는 목표를 10년 만에 플래그십 SUV로 구체화한 시점에,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을 브랜드 서사에 끌어들인 구성이다.
달항아리라는 한국적 조형 언어와 먼로라는 북미 문화 코드를 한 무대에 올린 이번 발표는 제네시스가 어느 시장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국내 판매 가격과 출시 시점은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