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틀리모터스가 지난 80년간 벤틀리를 만들어 온 영국 크루(Crewe)에서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계승하고 다음 세대의 혁신을 이어 갈 새로운 모델 ‘토르칼(Torcal)’의 탄생을 예고했다.
80년 이어진 크루, 네 번째 모델의 산실로
1946년 생산을 시작한 이래 크루는 벤틀리의 고향이자 모든 새로운 벤틀리 모델이 디자인되고 개발되며 엔지니어링과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벤틀리의 산실이다. 이러한 전통은 벤틀리의 네 번째 모델인 토르칼의 도입과 함께 이어진다.

럭셔리 브랜드가 전동화 모델을 별도 신규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벤틀리가 기존 크루 캠퍼스 안에서 전기차를 만들기로 한 점은 다른 선택에 해당한다. 수작업 공정과 숙련 인력이 브랜드 가치의 핵심을 이루는 구조에서는 생산지 이전 자체가 상품성 훼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38년 건물을 첨단 생산 라인으로
토르칼은 크루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 내에 새롭게 구축되는 생산 라인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새로운 생산 라인은 1938년 지어진 기존 공장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조성되며,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다.

크루 공장 설립 초창기에 기계가공 구역으로 사용됐던 이 건물은 최근까지 벤틀리의 연구개발 시설로 활용됐다. 벤틀리는 생산 라인 설치를 위해 건물 내부를 전면 철거한 뒤 정교하게 평탄화된 바닥을 새로 시공했다. 이를 통해 토르칼의 차체를 시설 내에서 옮기는 자율주행 유도 운반차(AGV)를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바닥 평탄도가 생산 설비 도입의 전제 조건이 됐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AGV는 유도 경로를 따라 정밀하게 이동해야 해 바닥의 미세한 단차에도 영향을 받는데, 90년 가까운 건물을 개조하면서 가장 먼저 손댄 부분이 바닥이었다는 것은 노후 시설의 현대화가 설비 도입보다 기반 공사에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규 생산 라인은 곧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토르칼 개발을 포함해 벤틀리가 미래를 위해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총 3억 5,000만 파운드 규모 투자 계획의 일부다.
수작업과 신기술의 결합
여러 세대에 걸쳐 전수돼 온 기술과 새로운 기술의 통합은 벤틀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토르칼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며 생산할 수 있는 역량에서부터, V8 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 ‘슈퍼스포츠(Supersports)’ 같은 고성능 모델에 이르기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최신 모델로 증명된다.

벤틀리의 비스포크 전담 부서 뮬리너(Mulliner) 팀이 손으로 두드려 제작하는 컨티뉴에이션 시리즈 ‘스피드 식스(Speed Six)’도 그러한 사례에 포함된다.
2025년 문 연 신규 디자인 스튜디오의 첫 성과
토르칼은 크루에 새롭게 설립된 디자인 스튜디오의 첫 번째 성과이기도 하다. 2025년 문을 연 신규 디자인 스튜디오는 1939년 지어진 건물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조성됐으며,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팀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벤틀리 차량을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비스포크 가구 프로젝트와 뮬리너를 통한 개인화 요청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벤틀리 크루 본사 캠퍼스에는 4,000명 이상의 인력이 근무 중이며, 벤틀리는 크루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사업장 전체 면적은 521,111㎡이며, 이 가운데 실내 면적은 166,930㎡에 달한다.
9월 23일 19시 19분, 설립 연도 상징하는 시각에 공개
토르칼은 2026년 9월 23일 19시 19분(영국 시간) 세계 최초로 실물이 공개된다. 공개 시간은 벤틀리모터스가 처음 설립된 1919년을 상징한다. 벤틀리 최초의 순수 전기 도심형 럭셔리 SUV인 토르칼의 전체적인 비전과 세부 사항은 9월 23일 글로벌 론칭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공개 시각을 설립 연도에 맞춘 연출은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가 신차, 그것도 첫 순수 전기 모델을 소개할 때 택할 수 있는 상징적 장치다. 전동화 전환을 단절이 아닌 계보의 연장선으로 제시하려는 의도가 시간 설정에까지 반영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