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스로이스의 코치빌드는 그동안 세 대, 네 대 단위로 만들어지는 초소량 주문 제작의 영역이었다.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은 그 숫자를 100대로 늘린다. 그만큼 한 대의 완성도에 기대던 방식이 아니라 양산차 수준의 검증 체계가 필요해졌고,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긴 시험 일정으로 답했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현지시간 21일 코치빌드 컬렉션 ‘프로젝트 나이팅게일(Project Nightingale)’ 프로토타입의 글로벌 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4월 공개된 이 차는 코치빌딩의 디자인 자유도와 롤스로이스 순수전기 파워트레인, 새로운 오픈톱 주행 경험을 결합한 모델로, 전 세계 100대 한정으로 제작된다.
누적 350주 글로벌 테스트 프로그램
테스트 기간은 누적 350주다. 여러 대의 프로토타입이 지역을 나눠 병행하는 시험 기간을 합산한 수치로, 한 대 기준 연속 일정으로 환산하면 6년이 넘는 분량이다. 실제 도로 주행은 지중해 해안도로와 북극권, 아라비아반도 사막에서 진행되며, 극한 기온과 해발 최대 2,750m 고지대에서 성능을 검증한다.

오픈톱 전기차라는 조합이 시험 범위를 넓혔다. 배터리는 혹한과 혹서에서 출력과 충전 성능이 크게 달라지고, 루프를 여는 차량은 외기 온도와 풍압이 실내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고객이 어느 기후권에서든 연중 운행한다는 전제를 세운 이상, 두 변수가 겹치는 조건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구조다.
남유럽 출발과 르 로시뇰의 유래
테스트는 100여 년 전 롤스로이스가 초기 차량 검증 방식을 확립한 남유럽에서 시작한다. 엔지니어들은 프랑스 남부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도로와 기후 조건에서 차량을 점검한다.

차명은 프랑스어로 나이팅게일을 뜻하는 ‘르 로시뇰(Le Rossignol)’에서 왔다. 헨리 로이스가 프랑스 리비에라의 겨울 별장 인근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을 위해 지은 거처의 이름이다. 20세기 초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들은 이곳과 샤토루(Châteauroux) 시험 시설을 거점으로 몬테카를로와 런던을 잇는 도로 등에서 속도와 내구성 시험을 했다. 시험의 출발지를 브랜드의 기원과 겹치게 설계한 것은 100대 한정 컬렉션에 역사적 서사를 입히는 장치다.
공기역학 검증과 고속 시험
개발은 약 3년 전 시작됐고, 프로토타입은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풍동 시험을 포함해 1,430시간이 넘는 공기역학 분석을 마쳤다. 앞으로 비공개 고속 시험 시설에서 최고 시속 249km까지 주행하며 설계를 재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풍절음을 거의 인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이는 정밀 분석도 진행한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사라지는 만큼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오픈톱 구조까지 더해지면 풍절음 관리 난도는 더 올라간다. 정숙성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는 롤스로이스에게 공기역학 시험은 효율보다 소음 억제의 문제에 가깝다.
윈드 디플렉터와 루프 흡음 소재
실내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도 시험 대상이다. 롤스로이스가 새로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완전 전동식 윈드 디플렉터(Wind Deflector)는 차량 후방의 고압 공기가 실내로 되돌아 들어오는 현상을 막아 난류를 줄이고, 추운 날씨에 루프를 연 채 달릴 때도 실내 온기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속도 구간별로 성능을 검증한다.

루프 내부에는 캐시미어와 패브릭, 고성능 복합소재를 결합한 독자 흡음 소재가 들어갔다. 롤스로이스는 루프 소재와 개폐 메커니즘, 작동 성능 등 10가지 항목을 시험하며, 최대 영상 80°C에 이르는 고온 조건도 포함된다. 캐시미어처럼 섬세한 소재를 사막 직사광선 아래 소모품이 아닌 구조 부품으로 쓰려면 장기 내구성 확인이 필수다.
롤스로이스 최초 피아노 부트
롤스로이스 최초로 적용되는 ‘피아노 부트(Piano Boot)’는 캔틸레버 구조로 측면으로 열리는 트렁크다. 오랜 기간 매끄럽게 작동하도록 최대 1만5,000회 개폐 시험을 진행한다. 위로 들어 올리는 일반 트렁크와 달리 측면 개폐는 힌지 한쪽에 하중이 집중되는 구조여서, 반복 개폐에 따른 처짐과 틀어짐 검증이 핵심이다.

크리스 브라운리지(Chris Brownridge) 롤스로이스모터카 CEO는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이 1920년대 헨리 로이스가 실험 차량 ‘EX’를 만들게 했던 정신, 곧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롤스로이스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탐구하려는 열망을 잇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테스트는 100년 전 롤스로이스가 역량을 입증했던 유럽 도로에서 시작해 고객이 운행할 모든 기후 환경을 아우른다며, 모든 디테일을 세밀하게 다듬겠다고 덧붙였다.
코치빌드 사업의 규모 전환
롤스로이스는 2021년 보트 테일(Boat Tail)을 3대, 2023년 드롭테일(Droptail)을 4대 만들며 코치빌드를 초고가 원오프 사업으로 키워 왔다.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의 100대는 이와 비교해 규모가 한 자릿수 이상 크다. 개별 주문의 희소성은 일부 낮아지지만, 코치빌드를 브랜드 수익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된다. 이번 테스트 프로그램의 규모는 그 전환에 필요한 품질 보증 비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