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에너지 사업의 지휘봉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구 British Petroleum) 출신의 홍은희 부사장을 신임 HMG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사업 경험과 전략을 갖춘 리더십을 확보해 에너지 및 수소 사업의 글로벌 확장과 사업화 추진 역량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홍은희 부사장은 P&G Korea와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bp에서 18년간 근무했다. 석유와 LNG,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의 사업 개발과 전략 수립, 이행을 담당해 왔다.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 트레이딩에 이르는 사업 부문과 석유·화학제품·LNG·수소·신재생에너지를 포괄하는 제품군에 걸쳐 전문성을 쌓았다.
앙골라 LNG 프로젝트와 에너지 밸류체인 사업 구조화 경력
홍 부사장의 경력에서 두드러지는 대목은 사업의 수익성과 투자 타당성 검토, 글로벌 에너지·수소 포트폴리오 기획과 운영이다. 앙골라 LNG 프로젝트에서는 자원 개발부터 장기 공급과 운송에 이르는 사업 구조화 및 계약 설계를 주도했다.
LNG 프로젝트는 수십 년 단위의 장기 계약과 국가 단위 이해관계자 협상,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동시에 얽히는 영역이다. 이런 구조를 다뤄본 경험은 청정수소 사업에 그대로 이식된다. 수소 역시 생산 설비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오프테이커(수요처) 확보 없이는 최종 투자 결정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LNG와 사업 구조가 닮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업계 내부 인사가 아닌 정통 에너지 업계 인사를 선택한 배경도 이 지점에서 읽힌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홍 부사장은 2021년 bp 기술 총괄 조직장의 비서실장(Chief of Staff)으로 발탁됐다. 이후 2022년 신설된 수소·암모니아 사업 개발 조직을 맡았고, 2023년부터는 bp의 글로벌 수소 사업 개발 조직을 총괄했다. 이 자리에서 주요국 정부기관과의 협력 및 정책 대응, 고객 수요에 기반한 사업 모델 발굴과 사업 개발을 폭넓게 수행하며 글로벌 수소 사업 기반 구축에 참여했다.
정책 대응 역량과 수소 사업의 제도 의존적 구조
수소 사업은 다른 어떤 에너지 분야보다 정책 변수의 영향이 크다. 청정수소 인증 기준, 생산 보조금 설계, 인프라 구축 지원 방식에 따라 프로젝트 경제성이 뒤바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수소 생산 세액공제,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규정, 한국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각각 다른 기준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홍 부사장이 bp에서 주요국 정부기관 대응과 정책 협상을 담당했다는 이력은 이 지형에서 실질적인 자산이 된다. 기술 개발이나 설비 투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영역을 다뤄본 인사라는 점이 이번 인선의 핵심에 놓여 있다.
수소전기차·청정수소 생산·충전 인프라를 잇는 밸류체인 과제
현대자동차그룹은 홍은희 부사장의 실행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미래 에너지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 생태계 확산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전기차부터 청정수소 생산, 충전 인프라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성과를 쌓아온 기업이라며, 글로벌 에너지·수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넥쏘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으로 이어지는 차량 라인업과 HTWO 브랜드를 축으로 수소 사업을 전개해 왔다. 다만 차량 판매만으로는 수소 생태계가 자립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이 차량 수요를 제약하고, 차량 대수가 적어 충전소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순환 구조다. 이를 끊어내려면 수소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사업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에너지 업계 출신 본부장 영입이 겨냥하는 지점이 여기다.
전임 본부장 사임과 조직 체계 재정비 방향
전임 본부장인 켄 라미레즈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영입을 계기로 에너지 사업의 전략 수립부터 사업 개발, 투자 검토, 파트너십 구축에 이르는 사업화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개편이 아닌 인선을 통해 방향을 조정하는 방식인 만큼, 실제 성과는 향후 발표될 프로젝트 단위 계약과 투자 결정에서 확인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