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전동화 라인업의 맨 위에 선 차가 가장 많이 들은 지적은 의외로 “산만하다”였다.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의 앞모습 이야기다. 픽셀로 빈 공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보인다는 평가부터, 대놓고 못생겼다는 반응까지 커뮤니티에 쌓였다.
앞서 김환기 점화로 아이오닉 9의 후면을 다시 그렸던 자동차 디자인 렌더링 채널 ‘뉴욕맘모스’가 이번에는 얼굴에 손을 댔다. 방향은 정반대다. 뒤에서는 예술적 레이어를 더했다면, 앞에서는 과감하게 뺐다.
아이오닉 9 앞모습은 왜 산만하다는 말을 들었나
아이오닉 9 전면부는 위쪽의 수평형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아래쪽 수직형 램프 구역에 촘촘히 박힌 픽셀 그래픽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범퍼 하단의 센서 패키지와 블랙 하이글로시 면이 겹친다.

요소 하나하나는 아이오닉 패밀리룩을 분명히 드러낸다. 문제는 조합이다. 픽셀, 센서, 광택 패널이 잘게 나뉘어 얽히면서 차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읽히지 않는다.
대형 SUV는 차체가 클수록 면이 넓고 단순해야 무게감이 산다. 아이오닉 9은 그 넓은 면을 작은 요소로 쪼개 쓰면서 오히려 크기가 주는 위압감을 흘려보냈다.
플래그십에 기대하는 것은 기교가 아니라 절제다. 뉴욕맘모스가 이번 상상도의 출발점을 ‘덜어냄’에 둔 이유다.
렌더링은 무엇을 덜어냈나
렌더링의 첫 번째 변화는 주간주행등과 램프 배열이다. 공간을 채우던 픽셀 장식을 걷어내고, 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간결한 조명 라인으로 바꿨다.

수평 라인은 차를 넓어 보이게 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쪼개진 점 대신 이어진 선을 쓰면 빛이 차폭 전체를 가로지르며 한 번에 읽힌다. 하이테크 조명의 선명도는 살리면서 인상은 한층 차분해졌다.
두 번째는 범퍼를 감싸는 블랙 하이글로시 패널이다. 면 분할을 새로 정리해 시각적 안정감을 높였고, 헤드램프 유닛의 내부 배열과 그래픽도 정교하게 다시 다듬었다. 같은 광택 소재라도 조각이 줄어들면 차의 표정은 훨씬 단단해진다.

세 번째는 범퍼 하단과 스키드 플레이트다. 공력을 고려하면서도 근육질의 입체감을 더해, 높은 차체를 가진 대형 SUV가 땅을 딛고 선 자세를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 디자인은 어디로 가고 있나
렌더링과 별개로,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신차들의 조명 디자인을 보면 방향이 보인다.
2026년 5월 출시된 더 뉴 그랜저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더 얇고 길게 다듬었다. 8월 디자인을 공개한 5세대 디 올 뉴 투싼은 새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적용해, 수직형 H-엣지 주간주행등과 수평형 슬림 센터 램프로 얼굴을 구성했다.

두 차 모두 점을 쌓기보다 선을 긋는 쪽을 택했다. 이번 렌더링이 제시한 수평 라인 중심의 단순화가 현대차의 최근 흐름과 결을 같이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이것은 이미 출시된 차들의 이야기이고, 아이오닉 9 부분변경에 같은 방향이 적용된다는 근거는 아니다.
반대쪽 논리도 짚어야 한다. 픽셀은 아이오닉이라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를 내연기관 현대차와 구분해 주는 장치다. 현대차는 2024년 아이오닉 5 부분변경에서도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를 유지했다. 픽셀을 걷어낼수록 차는 세련돼지지만, 멀리서 아이오닉이라고 알아볼 단서는 흐려진다. 정제와 정체성 사이의 균형이 이 렌더링이 남긴 숙제다.

범퍼를 단순하게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전면 범퍼 뒤에는 레이더를 비롯한 주행 보조 센서가 들어간다. 센서 앞 영역은 전파를 통과시키는 소재와 형상을 써야 하고, 보행자 충돌 기준도 범퍼 형상에 제약을 건다. 블랙 하이글로시 패널이 복잡하게 나뉜 데에는 이런 기능적 이유도 섞여 있다.
사진: 뉴욕맘모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