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충전 인프라·피지컬 AI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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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술을 검증하려면 넓고 변수가 많은 현장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고속도로를 그 무대로 삼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월 30일 현대자동차·기아 양재사옥에서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 기반 차세대 지능형 충전 인프라 및 Physical AI 기술 연구·실증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정호근 현대자동차그룹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과 조성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 추진 과제

세 가지 과제가 추진된다. 휴게소를 충전 신기술 거점으로 활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차세대 지능형 충전 인프라 연구’, 제로원이 투자하는 스타트업과 연계해 데이터 축적을 지원하는 ‘피지컬 AI 기반 고속도로 안전 유지관리 기술 연구’,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 경험과 한국도로공사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한 미래 도로 기술 공동 개발이다.

휴게소를 충전 실증 거점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기차 충전 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지점이다. 장거리 주행 중 충전이 필요한 차량이 한 시간대에 몰리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이용자 불만으로 직결된다. 명절 연휴에는 충전기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환경은 새 충전 기술을 검증하기에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사용 빈도가 높고 동시 충전 차량이 많으며 날씨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다. 실험실 조건에서 작동하는 기술이 현장에서 버티는지를 가리는 시험대다.

피지컬 AI와 도로 유지관리

피지컬 AI는 차량과 공장, 로봇처럼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가리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그룹 전략의 핵심 용어로 내세워 온 개념이다.

도로 유지관리는 이 기술이 적용되기 쉬운 영역이다. 포장 손상과 시설물 파손 점검, 제초, 사고 현장 확인처럼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이 많다. 특히 차량이 달리는 도로 위 작업은 작업자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로봇과 자율 장비를 투입하려는 접근이다.

정호근 부사장은 로봇과 모빌리티 기술이 실제 현장 검증을 거쳐야 완성된다며, 한국도로공사가 보유한 전국 고속도로 인프라가 충전 기술과 제로원 투자 스타트업의 피지컬 AI 기술을 대규모로 실증할 최적의 무대라고 말했다.

제로원을 통한 스타트업 연계

이번 협약의 구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제로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공공 인프라에서 검증하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타트업이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이 실증 현장과 축적된 데이터다. 그룹이 직접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에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은, 검증을 거친 기술을 나중에 그룹 사업에 편입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협약식 이후 양재사옥에서는 관수와 보안,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로봇 시연이 진행됐다.

다만 이번 발표에는 실증 시작 시점과 대상 휴게소, 투입 기술의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업무협약 단계인 만큼 실제 성과는 개별 과제가 구체화된 이후에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