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던 브랜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직행하겠다며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겠다고 못 박았다. 그 선언이 10월 6일 뒤집혔다.
제네시스가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GV80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브랜드 출범 이후 첫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 7,680만원이다.
제네시스는 왜 전략을 바꿨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제네시스의 국내 판매는 1년 전보다 24.4% 줄었다.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 공백으로 지적돼 왔다.
시장 흐름이 먼저 바뀌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하이브리드 신규 등록은 29만2,000대로, 휘발유차 27만6,000대를 처음 넘어섰다. 하이브리드가 가솔린을 제친 시장에서 제네시스에는 하이브리드가 없었다. GV60과 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같은 전기차만 있었다.

전기차 쪽 성장은 예상보다 느렸다. 충전 인프라와 가격 부담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르면서, 전기차로 직행한다는 계획이 판매 공백으로 돌아왔다.
제네시스 내부에서도 신호는 있었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 부사장은 2024년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전동화로 가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후륜 하이브리드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를 바로 내놓지 못한 데는 기술적 이유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쓰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륜구동 기반이고, 제네시스 주력 모델은 후륜구동 기반이다.

제네시스는 GV80 하이브리드에 2.5 터보 엔진과 시동·발전을 담당하는 P1 모터, 구동과 회생제동을 담당하는 최고 출력 59.1kW의 P2 모터를 병렬로 묶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변속기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 3.5 터보 모델의 고용량 후륜 8단 변속기를 기반으로 구조를 최적화해 전장을 줄이고 동력 전달 효율을 높인 7단 변속기를 처음 얹었다.
변속기의 1단 기어비를 높여 엔진 개입 없이 P2 모터를 역방향으로 돌려 후진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다음 차례는 무엇인가
제네시스는 GV80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적용 차종을 넓히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파워트레인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G80과 GV70이 다음 주자로 거론돼 왔다. 다만 제네시스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전무는 GV80 하이브리드가 강력한 동력 성능과 우수한 효율성을 확보하면서 전기차 수준의 정숙성을 구현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파워트레인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하이브리드는 어떤 의미인가
수입차 업계에서 하이브리드는 오랫동안 ‘전기차로 가는 다리’로 취급됐다. 그런데 그 다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만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리를 지켰고, 유럽 브랜드들도 전동화 일정을 뒤로 미루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제네시스의 이번 결정이 늦었다고 볼 수도 있고, 뒤늦게라도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7,680만원짜리 하이브리드 SUV가 전기차를 사지 않으려는 프리미엄 고객에게 선택지를 하나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그 선택지가 없던 지난 1년 사이 제네시스 국내 판매는 24.4%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