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사러 가는 길이 아니라 그 책방에 가려고 운전대를 잡는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기록에 그 변화가 남았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1~8월 전국 주요 동네 책방의 목적지 설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고 30일 밝혔다.
증가율 상위 책방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대구 ‘일글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0% 넘게 증가했다. 책방지기의 취향을 담은 도서 큐레이션과 독서 모임 운영이 특징이다.
경남 통영 ‘고양이회관’은 151% 늘었다. 옛 마을회관을 고쳐 만든 고양이 주제 북카페로, 고양이 관련 책과 작품, 소품을 함께 볼 수 있다. 경북 울진 ‘서점오브덕’은 147% 증가했고, 책과 함께 소품과 기념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전남 목포의 공유 서점 ‘포도책방’은 48% 늘었다. 여러 책장 주인이 각자 고른 책을 선보이고 독서 모임과 북토크를 운영한다.
이 밖에 강원 ‘숨은책방’, 충남 ‘오래된질문’, 서울 ‘맑음책방’의 목적지 설정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상위권에 오른 책방들의 위치가 눈에 띈다. 통영, 울진, 목포처럼 대도시 밖에 있는 곳이 많다. 목적지 설정이 곧 차로 찾아간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일수록 내비게이션 데이터에 잡히기 쉽다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동시에 그만한 거리를 운전해서 갈 이유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책방 방문의 성격 변화
티맵모빌리티는 이들 책방이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저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책과 소품을 함께 둘러보거나 북토크와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회사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가 어떤 책방에서 무엇을 경험할지를 고르는 취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서점이 가격과 배송에서 앞서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책방이 남는 방식은 구매가 아닌 방문 동기를 만드는 쪽이다. 목적지 설정 증가는 그 동기가 실제 이동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관광지나 맛집처럼 책방이 나들이 목적지 목록에 들어간 셈이다.
전체 서점 방문 추이
전국 서점 목적지 설정은 2024년 1~8월 75만7,500건을 기록했고, 2025년 같은 기간 2.7% 증가했다. 올해도 70만 건대를 유지했다. 동네 책방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0.8% 증가했으며, 2024년에서 2025년 사이에는 6.9% 늘었다.
전체 서점 방문이 세 해 연속 70만 건대를 유지한 점이 눈에 띈다. 영상과 숏폼 콘텐츠가 일상이 된 가운데서도 책과 서점을 직접 찾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해석에는 전제가 따른다. 목적지 설정은 방문 자체가 아니라 길안내 요청 건수이고, 티맵 이용자라는 특정 표본의 행동이다. 이미 아는 동네 서점은 내비게이션 없이 가는 경우가 많아, 이 데이터는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이동에 더 가깝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책방마다 차별화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면서 특색 있는 동네 책방을 직접 찾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행 데이터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간과 이동 트렌드 변화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