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가 후륜구동 아이콘을 전기 시대로 불러냈다. 지난 5년간 르노는 128년 역사를 되짚으며 상징적인 모델들을 원오프 형태로 되살려왔다.
이런 재해석 작업을 통해 브랜드는 헤리티지를 계속 생생하게 이어가고 있다. 약 15개월 뒤 플랭에 문을 열 르노 컬렉션 뮤지엄이 개관하면 이 차량들은 일반에도 공개된다.
오라 이토(Ora Ïto)와 협업한 R17 전기 레스토모드 콘셉트카, 피에르 고날롱과 함께 만든 아트카 르노 5 디아망에 이어, 이번 모델은 상징적인 르노 8 고르디니를 되살린 결과물이다.
개성 넘치는 2인승 전기 쿠페인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이 전설에 새로운 얼굴을 입혔다.
낮고 넓은 차체와 과감한 자세, 전기 파워트레인과 270마력의 출력까지, 모든 면에서 현대적인 랠리카를 닮았다. 헤리티지와 동시대적 감각을 결합한 ‘카페 레이서’ 스타일의 깔끔한 라인이 고르디니의 정신을 되살린다.

9월 24일 르노 카워크에서 처음 공개되는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이후 2026년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파리 모터쇼의 르노 부스에 전시된다.
르노 디자인 총괄 부사장 알렉상드르 말발은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를 통해 우리는 헤리티지와 현대를 동시에 끌어와 어제와 미래의 아이콘을 하나로 모으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라며 “이번 스타일 작업은 르노 8 고르디니를 현대에 맞게 다시 만들어내려는 시도다. 이 쿠페의 목표는 감동을 주고 모든 자동차 애호가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말하는 감동은 향수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진짜 열정”이라고 덧붙였다.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 살아 있는 헤리티지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단순히 프랑스 모터스포츠 아이콘에 대한 헌사에 그치지 않는다. 르노가 어떻게 헤리티지를 살아 있게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르노는 가장 상징적인 모델들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되살리며 과거와 미래의 대화를 만들어왔다.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도 이런 접근의 일환이다.
이 콘셉트카는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의 일부가 되어, 약 15개월 뒤 일반에 공개될 플랭의 르노 컬렉션 뮤지엄에 모일 역사적 모델과 아카이브 자료, 예술 작품들과 나란히 자리하게 된다.
95마력 라 고르드, 한 세대의 ‘연습용 차’
1964년 출시된 르노 8 고르디니는 95마력의 후방 탑재 엔진과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갖췄다. 실제 레이싱 수준의 성능을 냈지만 높은 운전 기량을 요구해, 효율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차였다. 르노 8 고르디니, 일명 ‘라 고르드(la Gorde)’는 장 라뇨티를 비롯한 한 세대의 드라이버들에게 훌륭한 ‘연습용 차’였다.

양산 모델의 스포티 버전에 고르디니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르노는 GTI 열풍이 일기 10년 전에 이미 고성능을 대중이 살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상징이 된 흰색 이중 줄무늬도 이때 탄생했다.
이와 비슷한 접근으로, 르노는 이번에 이 상징적인 모델을 탐색적 프로젝트로 다시 꺼내들어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케치 300여 장에서 출발한 100% 르노 디자인
유명 디자이너 오라 이토와 브랜드 디자인 팀의 협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R17 쇼카와 달리,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디자인이 100% 르노의 것이다.

프로젝트는 르노 디자인 사내 공모에서 시작됐고, 엄청난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스케치만 300장이 넘었다.
클래식 레트로부터 미래적인 스타일, 헤리티지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콘셉트, GT 지향 디자인까지 모든 방향이 탐색됐다. 이 300여 개 제안 중 두 개가 2:5 스케일 목업으로 개발됐다. 이를 통해 두 안을 비교하고 각각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설계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레이싱카를 닮은 비율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전장 4.12m, 전폭 1.88m, 전고 1.27m로 특히 컴팩트하고 역동적인 비율을 갖췄다. 전륜 19인치, 후륜 20인치 휠을 장착해 오늘날의 랠리카처럼 도로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2도어 쿠페인 이 차는 4도어였던 오리지널보다 훨씬 역동적이며, V자 디자인과 여섯 개의 헤드램프로 강조된 공격적인 앞머리를 갖췄다.

후면은 넓고 근육질이며 강하게 조각돼, 오리지널 모델의 특징이었던 후방 엔진 탑재와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암시한다. 다만 오늘날 이 차량은 270마력 전기모터로 구동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콘셉트카의 성능을 한층 더 강조하듯, 후면에는 오리지널에는 없던 약간의 경사가 더해졌다.
말발 부사장은 “앞뒤가 거의 대칭에 가까웠던 오리지널 르노 8의 독특한 스타일링을 한층 역동적으로 보이도록 업데이트했다”라며 “흐르는 듯한 캐빈 라인과 넓은 트레드, 도드라진 펜더, 전륜 19인치·후륜 20인치 휠 덕분에 차가 도로를 끌어안는 것처럼 보인다. 뒷바퀴를 더 크게 만든 결정은 시각적인 추진감을 만들어낸다. 오리지널이 선사했던 엄청나게 즐거운 주행 감각의 상징이었던 후방 레이아웃에 보내는 오마주”라고 말했다.
‘카페 레이서’ 정신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현재 커스텀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인기 있는 ‘카페 레이서’ 흐름을 따른다. 빈티지 모터사이클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를 걷어내고 소재와 기계 부품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법은 이미 르노 5 터보 3E 디자인에도 적용된 바 있다.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에서는 오리지널 르노 8 고르디니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트림 요소마저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다뤄졌다. 예를 들어 과거의 크롬 사이드 몰딩은 이제 차체에 직접 통합됐다. 하나의 캐릭터 라인 형태를 띠면서, 차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더해 차량의 깔끔하고 조각적인 형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분할선을 없앴다. 앞부분에는 보닛 분할선이 아예 없으며, 일부 레이싱카처럼 보닛 전체를 통째로 떼어낼 수 있다.
곳곳에 숨은 오마주
콘셉트카는 비율 면에서 전작과 닮은 점이 거의 없지만, 많은 디자인 요소와 상징은 현대적인 형태로 이어졌다.

1964년 르노 8 고르디니에서 영감을 받은 고르디니 레터링은 섬세하게 다듬어져, 오리지널 배지의 줄무늬 질감을 담아냈다.
이 상징적인 시그니처에는 여덟 개 세그먼트로 이뤄진 새로운 ‘8’ 엠블럼도 함께한다. 이 모든 요소는 디테일과 정교함에 대한 집중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시절 기계 가공 부품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전작 전면부를 장식했던 다이아몬드 로고에 대한 오마주로, 상징적인 ‘라 고르드’를 기리는 문장이 차량 실내에 자리해 애호가들에게 반가움을 준다.
오리지널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였던 벨트라인의 움푹 들어간 엠보싱도 현대적으로 계승됐는데, 이제는 공기 흐름을 새로운 에어 벤트로 유도하는 실용적인 역할까지 맡는다.
사각형 휠 아치 형태도 그대로 재현돼 측면을 한층 근육질로 보이게 한다.
그릴이 없는 전면부는 비스듬히 깎인 앞머리로 공기를 가르며, 랠리 버전의 보조 헤드램프는 이제 통합돼 동일한 배치의 원형 헤드램프 여섯 개로 전체 라이팅 시그니처를 이룬다.
오리지널에 대한 또 다른 오마주로는 조개껍데기 형태의 사이드 미러와, 윈드실드 하단부 보닛 전폭에 걸친 그릴이 있다. 마찬가지로 후면 통풍 그릴도 미적인 매력과 기능적 역할을 함께 살려 유지됐다.

말발 부사장은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매우 그래픽적인 접근을 통해 오리지널 헤드램프를 비롯한 여러 요소를 다시 해석했다”라며 “전면에는 여섯 개의 원형 3D 헤드램프가 차체에 박혀 있고, 후면 램프는 완벽하게 면과 일치한다. 꺼져 있을 때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런 디자인이 이 차의 상징적인 시그니처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라고 말했다.
외장 디자이너 케뱅 곤살베스는 “오리지널 르노 8 고르디니에서 이어받은 각진 휠 아치가 리어 펜더의 근육질 라인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컬러·소재 디자이너 토마 알테는 “콘셉트카의 색상은 오리지널 르노 8 고르디니의 시그니처 컬러였던 블루 드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았다”라며 “이번 현대적 재해석은 자개와 푸른 기운을 띤 바인더를 결합한 3개 층 구조를 바탕으로 해 한층 깊고 풍부한 느낌을 준다. 빛을 받으면 가장자리를 따라 역사적인 푸른 색조가 언뜻 드러나며, 조각된 차체 라인을 온전히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흰 줄무늬 두 줄, 장식에서 구조로
원래 차체에 입히는 장식 요소였던 고르디니의 상징, 흰색 이중 줄무늬는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에서 구조적인 요소가 됐다. 윈드실드 하단의 그릴과 리어 램프 내부의 발광 그래픽 패턴 등 여러 요소가 이제 이 줄무늬에 맞춰 정렬된다.

이중 줄무늬는 실내까지 이어져 대시보드 상단을 가로지르며, 색상은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다.
곤살베스는 “이것은 단순히 표면에 붙인 장식용 띠가 아니라 디자인 전체를 조율하는 구조적 요소”라고 말했다.
깔끔한 라인의 시크한 실내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의 실내 디자인은 오리지널을 훨씬 과감한 미학으로 재해석했다. 대시보드 바이저는 여전히 캐빈 전폭에 걸쳐 있지만, 대시보드 자체는 수평의 브러시드 알루미늄 스트립 형태를 취하며 원형 다이얼을 받치는 마운트 역할을 한다. 이 다이얼의 두꺼운 베젤은 헤드램프의 3D 디자인과 호응한다.
‘카페 레이서’ 미학에 맞춰 플라스틱 소재는 브러시드 알루미늄으로 대체됐으며, 조작계와 넓은 면적에 적용돼 알칸타라®로 마감된 부분과 대비를 이룬다.

이 미니멀한 디자인은 운전자의 주의를 흩트릴 요소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초점은 명확히 주행에 맞춰져 있다. 유일하게 눈길을 끄는 요소는 대시보드 중앙 스톱워치 버튼의 붉은 점이다.
알칸타라® 마감 도어 패널을 가로지르는 탑스티칭은 서킷의 커브를 떠올리게 하고, 필수 요소인 버킷 시트는 전작 시트에 대한 그래픽적인 오마주를 담았다. 시트와 등받이 중앙은 파란색 코듀로이로 마감돼 검은색 버킷 시트의 다른 부분과 대비를 이루며, 헤드레스트 없이 평평했던 옛 시트를 떠올리게 한다.

차체에 사용된 카본은 실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브러시드 알루미늄 대시보드 위에 떠 있는 듯한 원형 다이얼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대시보드 아래 간접 앰비언트 조명과 함께 캐빈에 하이테크한 감각을 더한다.
르노 실내 디자인 총괄 스테판 마이오르는 “우리는 오리지널 르노 8의 대시보드에서 영감을 받아 그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를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했다”라며 “원형 다이얼이 달린 전통적인 금속 패널을 수평으로 재배치해, 완벽하게 정렬된 원형 스크린들을 받치고 돋보이게 했다. 그 결과 과거와의 명확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현대적이고 우아한 디자인이 완성됐다. 실내 전체와 계기판은 유려하게 감싸는 벨트라인 아래에 자리해 순수한 느낌을 만들고, 운전자에게 완벽하게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실내 디자이너 로뱅 비온디는 “우리는 캐빈 내부 부품 수를 줄이고, 각 부품을 절제된 라인으로 세심하게 다듬었다”라며 “부품들은 구조인 동시에 트림이다. 불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