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화면 같다”던 아이오닉 9 뒷모습, 한국 추상화 거장의 점으로 바꿔보니

“계산기 화면 같다”던 아이오닉 9 테일램프, 132억 원짜리 그림을 입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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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는 김환기 화백의 ‘우주’다.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에 팔렸다. 크고 작은 점이 화면 전체에 번져나가는 그의 점화(點畵) 연작이 현대차 대형 전기 SUV의 뒷모습에 들어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자동차 디자인 렌더링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현행 아이오닉 9의 리어 디자인을 바탕으로 부분변경 모델을 가정한 상상도를 공개했는데, 출발점은 출시 이후 줄곧 호불호가 갈려온 테일램프다.

아이오닉 9 테일램프는 왜 호불호가 갈렸나

아이오닉 9의 리어 램프는 테일게이트 위쪽에서 펜더까지 세로로 길게 이어진 픽셀 그래픽이다. 같은 크기의 사각형 픽셀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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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개됐을 때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자주 볼수록 기계적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디지털 계산기 액정 같다는 말이 꾸준히 나왔다. 뉴욕맘모스도 이 지점을 이번 렌더링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곳으로 꼽았다.

픽셀은 아이오닉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아이오닉 5부터 시작된 ‘파라메트릭 픽셀’은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한눈에 구분하게 해주는 장치다. 문제는 픽셀 자체가 아니라, 대형 SUV의 넓은 후면에서 같은 크기의 사각형이 반복되며 생기는 단조로움이었다.

렌더링은 픽셀을 어떻게 바꿨나

렌더링의 핵심은 균일했던 사각형 픽셀을 크기가 미묘하게 다른 픽셀로 바꿔 불규칙한 리듬으로 배치한 것이다. 김환기 점화 연작의 조형 원리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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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는 1913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파리와 뉴욕에서 활동한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다. 1974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말년의 10년 가까이를 점화에 쏟았다. 한 점 한 점 찍은 뒤 테두리를 둘러 번지게 한 점들은 같은 크기로 반복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크기와 농도가 모두 다르다. 그 미세한 차이가 화면에 호흡을 만든다.

뉴욕맘모스는 이 원리를 LED 픽셀에 대입했다. 점등했을 때 디지털 그래픽보다는 캔버스 위에 번진 빛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하이테크 이미지는 그대로 두고 온기를 더하겠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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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부분은 이 발상이 픽셀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만 바꾼다. 현대차가 2024년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때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픽셀을 없애는 것보다 현실에 가까운 방향이다.

테일램프 말고 무엇이 달라졌나

렌더링은 테일램프와 함께 루프 스포일러, 번호판 위치, 범퍼 세 곳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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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라인 끝에 스포일러를 새로 올렸다. 현행 모델은 테일게이트 상단이 밋밋하게 끝나는 인상인데, 스포일러가 더해지면서 후면 실루엣에 긴장감이 생겼다. 대형 SUV는 뒷면이 넓은 만큼 끝단 디테일 하나가 전체 비례를 좌우한다. 공력 성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효과도 있다.

가장 과감한 변화는 번호판이다. 테일게이트 가운데 아래에 있던 번호판을 범퍼로 내렸다. 테일게이트 면이 통째로 비면서 아이오닉 9 레터링과 엠블럼이 또렷해지고, 캐릭터 라인을 더 입체적으로 넣을 공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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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실용성과 맞바꾸는 선택이기도 하다. 범퍼로 내린 번호판은 주차할 때 벽이나 뒤차에 먼저 닿는다. 테일게이트에 번호판을 두면 번호판등과 후방 카메라를 한 모듈에 묶기도 쉽다. 디자인의 개방감과 사용 편의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느냐의 문제다.

범퍼 하단에는 입체적인 볼륨과 절개선을 넣었다. 평면적이던 기존 범퍼를 스포티하게 다듬어, 대형 전기 SUV의 무게감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인 인상을 줬다.

사진: 뉴욕맘모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