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카버즈(CarBuzz)가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독일을 비롯한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의 상품성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자동차 시장의 기존 구도를 흔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카버즈는 월간 600만 명 이상의 독자와 SNS 팔로워 약 750만 명을 보유한 미국의 주요 자동차 매체 중 하나로, 자동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를 위한 차량 리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시승 평가
카버즈는 해당 보도에서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한 경험을 소개하며, 팰리세이드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이 그동안 시승한 10만 달러 이상의 럭셔리 SUV들과 차이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수준의 디자인과 존재감, 안락함을 갖추면서 합리적인 연료 소비 효율과 가격까지 갖춘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가 현명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만 달러대 SUV와의 직접 비교는 매체 측의 주관적 시승 평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정숙성과 승차감이 가격대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J.D. 파워 상품성 만족도 조사 분석
카버즈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수년간 판매량, 고객 만족도, 내구성 등 각종 지표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근거로 J.D. 파워(J.D. Power)의 ‘자동차 상품성 만족도 조사(APEAL, 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를 인용했다. 이 조사는 신차 구매 고객이 디자인, 성능, 편안함, 기술 경험 등의 측면에서 자신의 차량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평가한다.

최근 5년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 카버즈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의 만족도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수준의 실내 품질, 사용자 인터페이스, 정숙성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브랜드별로 제네시스는 최근 5년간 869점에서 886점 사이의 점수를 기록했다. 카버즈는 제네시스가 여러 해에 걸쳐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아우디, 볼보, 아큐라, 인피니티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며, 제네시스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럭셔리 시장 최상위권에 자리 잡은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꾸준히 850점 내외의 점수를 유지하며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혔다. 2026년 기준 현대차는 858점으로 렉서스와 12점, 메르세데스-벤츠와 18점 차이를 보였으며, 기아는 857점으로 볼보와의 격차가 6점에 불과했다. 일부 연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아우디, 아큐라, 인피니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APEAL은 품질 결함을 집계하는 초기품질조사(IQS)와 달리 감성 품질과 사용 경험을 평가하는 지표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영역에서 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의 점수 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다는 것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와 가격표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구간이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조 경쟁력에 대한 평가
카버즈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경쟁력이 상품성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그룹 차원의 제조 경쟁력에도 주목했다.
현대차그룹이 AI 기반 로보틱스와 차세대 생산 자동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제조 효율성과 생산 유연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관련 투자가 장기적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고 더 높은 수준의 상품성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인 철강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하고 제조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꼽았다. 카버즈는 이 같은 제조 역량이 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높은 수준의 품질과 편의 사양을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수직계열화는 그동안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비용 안정성 측면의 강점으로 재평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카버즈가 철강 생산 역량을 상품성 경쟁력의 배경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미국 판매 실적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카버즈는 별도 보도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가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 증가한 92만383대를 판매했다고 전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2026년 상반기 22만5,3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5% 증가했다며, 폭넓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전체 판매 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중심 전략을 추진해 온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EV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내연기관차를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장은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하이브리드 수요가 반사이익을 얻는 구간에 들어섰다. 전체 판매 증가율이 3%에 그친 가운데 하이브리드만 65.5% 늘었다는 점은, 판매 성장의 동력이 특정 파워트레인으로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