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과 서울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차세대 양극 소재로 꼽히는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의 상용화를 가로막아온 가스 발생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운용 조건을 개발했다.
전기차용 대형 셀에서도 장기 수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교수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LMR 배터리의 전기차용 대형 셀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LMR 배터리의 잠재력과 가스 발생이라는 걸림돌
LMR은 코발트를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양극 소재다. 니켈, 망간 등 전이금속뿐 아니라 소재 내부의 산소까지 에너지 저장에 관여시켜 기존 양극재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코발트 프리 전략을 추진 중인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과 에너지 밀도 향상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소재로 꼽혀왔다.
문제는 안정성이었다. 충전 과정에서 산화된 산소가 방전 시 완전히 환원되지 않으면 소재 내부 구조가 손상되고 가스가 발생한다. 내부 여유 공간이 제한적인 전기차용 대형 셀에서는 이 가스가 압력 상승과 성능 저하로 직결돼,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나 리튬인산철(LFP) 계열과 달리 LMR은 소형 셀 실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소 반응 가역성 조절로 가스 발생 원인 규명
공동연구팀은 충·방전 조건에 따른 산소의 산화·환원 거동을 정밀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산소 회복률을 좌우하는 변수가 충전 상한 전압뿐 아니라 방전 하한 전압에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연구 대부분이 충전 조건에만 초점을 맞춰온 것과는 다른 지점이다.

실험에서 충전 상한 전압을 4.6V에서 4.3V로 낮추자 산화된 산소의 환원율이 86%에서 97%로 뛰었다. 방전 하한 전압을 기존 3.0V에서 2.0V까지 확장했을 때도 산소가 거의 초기 상태로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전압 조건 하나만 바꿔도 소재 열화의 근본 원인을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신소재 개발이 아닌 전기화학적 프로토콜 재설계만으로 안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를 확인한 셈이다.
40Ah급 대형 셀 최적화와 수명 평가 결과
LG에너지솔루션 연구진은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40Ah급 LMR 대형 셀의 구동 전압 범위와 활성화(Formation) 공정 조건을 다시 설계했다. 특히 활성화 단계의 온도를 낮추는 공정을 적용해 대형 셀에서 두드러지는 가스 발생 현상을 억제했다.
이렇게 최적화한 40Ah급 대형 셀은 883회의 충·방전 평가를 거친 뒤에도 초기 에너지의 92.2%를 유지했다. 소형 셀 수준의 실험실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전기차 탑재를 가정한 대형 포맷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LMR 소재가 연구 단계를 넘어 양산 검토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 업계는 최근 몇 년간 니켈 가격 변동성과 코발트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LFP,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대안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LMR은 이 흐름 속에서 LFP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하이니켈 대비 낮은 원가라는 절충점을 제시해온 소재였으나, 안정성 검증이 늦어지며 상용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구체적인 운용 조건을 실제 대형 셀 데이터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다른 코발트 프리 소재 대비 경쟁력을 확인시켜준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연구진 및 관계자 코멘트

임종우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LMR 배터리의 열화 원인을 산소의 가역성 관점에서 규명하고, 전기화학 프로토콜 설계만으로도 셀의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충전 조건뿐 아니라 방전 조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LMR 배터리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MR 배터리의 주요 과제였던 가스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대형 셀에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수명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차세대 LMR 배터리 시장에서의 성장을 가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