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만든 웨이퍼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완성품이 된다.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미국 내 차세대 HBM 생산거점 구축에 나서며 한미 간 AI 협력의 새로운 미래를 연다.
SK하이닉스는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학교 할로웨이 체육관에서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칩 크기를 줄이는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묶거나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높이는 첨단 반도체 후공정 기술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누가 참석했나?
행사의 무게감은 참석자 명단에서도 드러난다. 마이크 브런(Mike Braun)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Todd Young) 연방 상원의원 등 미국 주요 정관계 인사와 미치 대니얼스(Mitch Daniels) 퍼듀대학교 총장, 로버트 에이브럼스(Robert Abrams) 주한미군전우회 회장이 참석했고,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SK그룹 측에서는 유정준 미주총괄 부회장, 이형희 부회장, SK하이닉스 곽노정 CEO 등이 참석했다. 반도체 기업의 기공식에 양국 정관계 인사가 폭넓게 참여했다는 점은, 이 투자가 단순한 기업 설비 확장을 넘어선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디애나 팹은 어떤 규모로 지어지나?
총 4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될 인디애나 팹은 2028년 10월 클린룸이 완공돼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양산에 돌입한다. 향후 생산이 본격화되면 이곳은 1,000여 명의 인력이 이끄는 미국 내 핵심 HBM 생산 거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생산 체계는 어떻게 연결되나?
인디애나 팹의 가장 큰 특징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처음으로 구축한 HBM 생산 전초기지라는 점, 그리고 한국과 미국 간 생산 체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운영된다는 점이다.
구조는 이렇다. 한국에서 생산된 최첨단 웨이퍼가 인디애나로 들어오고, 이곳에서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친 ‘Made in USA’ HBM 제품이 미국 고객에게 공급된다. 전 공정을 미국에서 처음부터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의 첨단 웨이퍼 생산력과 미국 현지의 후공정·공급망을 연결하는 형태다.

여기에 생산라인과 함께 ‘어드밴스드 패키징 R&D 테스트베드’도 구축된다. 고객과 대학, 비즈니스 파트너가 함께 차세대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디애나 팹은 ADR 상장 이후 실질적인 투자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국가 안보·경제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측은 이번 투자를 어떻게 평가했나?
토드 영 상원의원은 이 프로젝트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및 경제 안보를 강화하며, 미래 기술이 바로 이곳 미국에서 개발되고 생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수십 년간 이 투자가 인디애나 주민들과 국가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브런 인디애나 주지사는 미국의 차세대 혁신을 이끌 이번 프로젝트가 인디애나주에 수천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발전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인디애나가 미래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핵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지 생태계는 어떻게 조성되나?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한미 경제협력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100여 개가 넘는 소재, 부품, 장비 협력사가 웨스트라피엣 진출을 논의 중이다. 이는 인디애나 팹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고 미국 AI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회사들과 7,000여 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팹 건설과 운영을 통해 창출할 계획이다.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는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가 단순한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가 아닌, 미국 내 첫 AI 메모리 생산 시설 및 R&D 센터 구축으로,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고 정부 및 외부 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고유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퍼듀대와는 어떤 협력을 맺었나?
SK하이닉스는 기공식에서 퍼듀대학교와 어드밴스드 패키징 분야의 연구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R&D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해 HBM을 비롯한 차세대 시스템 통합 및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한다. SK하이닉스는 미 중서부 지역의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재 양성과 영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주한미군 전역 군인 채용은 어떤 의미인가?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약 14만 명의 장병을 파병한 인디애나와의 각별한 인연을 기리기 위한 채용 협력도 함께 추진됐다.
SK그룹은 주한미군 전역 군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도전 기회를 제공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동맹재단이 운영하는 ‘주한미군 전역 장병 취업 플랫폼’에 고용 기업으로 참여해, 양국 간 굳건한 동반자적 관계에 기여할 방침이다.
인디애나와 한국전쟁의 역사적 인연을 채용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대목은, 이번 투자가 경제적 수치를 넘어 양국 관계의 상징적 서사로도 설계됐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CEO는 이번 투자를 어떻게 설명했나?
SK하이닉스 곽노정 CEO는 오늘이 미국과 SK하이닉스가 함께 AI의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날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은 최고의 고객과 연구역량, 생태계가 함께하는 AI 혁신의 중심지이고, 인디애나 팹은 최초로 ‘Made in USA’ HBM을 제공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함께 성장하며, 미국 AI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가는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가 갖는 의미는?
HBM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생산은 사실상 한국에 집중돼 있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첫 HBM 생산거점을 짓는다는 것은, 이 공급망 구조 자체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웨이퍼 생산과 미국의 패키징·테스트를 연결하는 방식은, 전면적인 생산기지 이전이 아니라 양국의 강점을 나눠 맡는 형태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2029년 하반기 첫 양산까지는 아직 3년 넘게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클린룸 완공 등 주요 이정표마다 진행 상황이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