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회사가 과학관을 짓는다. 2032년 서울 삼성동에 들어설 체험형 과학관 이야기이고, 그 전에 실제 관람객 반응을 수집하는 전시가 먼저 열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체험형 과학 팝업 전시 ‘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Have Fun with Science)’를 10월 6일부터 12월 15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연다고 6일 밝혔다.
익스플로라토리움과의 파트너십
이번 전시는 지난 4월 15일 미국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과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샌프란시스코 엠바카데로 15번 부두에 있는 익스플로라토리움은 1969년 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Frank Oppenheimer)가 설립했다. 핵이론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동생이다. ‘과학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방문객이 전시물을 만지고 실험하며 원리를 발견하는 ‘핸즈온(Hands-on)’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연간 75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다.
핸즈온 방식은 이후 전 세계 과학관의 표준이 됐다. 설명판을 읽는 전시에서 직접 조작하는 전시로 바뀌는 전환점을 만든 기관과 손잡은 셈이다.
과학관 건립 전 사전 운영
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는 2024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한 팝업 과학 전시의 연장선이다. 2032년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내 체험형 과학관 개관에 앞서 실제 방문객의 반응을 듣고 콘텐츠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기획됐다.

개관까지 6년이 남은 시설을 두고 지금부터 팝업으로 관람객 반응을 쌓는 방식이다. 과학관은 전시물 하나를 만드는 데 설계와 제작, 안전 검증에 긴 시간이 걸리고, 관람객이 어떤 전시 앞에 머무는지는 실제로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완성 뒤 수정하기 어려운 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다.
전시 구성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5층에서 두 달여간 무료로 운영되며, 움직임과 생태, 빛과 소리 등 기초 과학 원리를 실험하는 체험형 전시물 12종으로 구성된다.
움직이는 보드 위에서 균형 감각을 익히는 ‘아슬아슬 균형 잡기(Find Your Balance)’, 도미노 블록의 연쇄 작용으로 에너지 법칙을 체험하는 ‘릴레이 놀이(Chain Reaction)’, 여러 참여자가 협력해 나무 블록을 옮기는 ‘팀워크 게임(Cooperation Game)’이 대표적이다.
바람이 만드는 모래언덕을 관찰하며 사막 능선 생성 원리를 탐구하는 아트 작품 ‘바람이 빚어내는 풍경(Wind-Carved Landscape)’, 기술과 문화, 환경 키워드로 미래 설계 방향을 논의하는 사회과학 전시물 ‘세월이 흘러도(Future Proof)’도 마련됐다.
전기 회로와 전자 기기를 활용한 상시 체험 프로그램 3종도 함께 운영된다.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로 참여하는 ‘드로잉 머신 워크숍(Scribbling Machine)’에서는 회전 운동으로 그림 그리는 기계를 직접 만든다. 모든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멤버십에 가입하면 무료다.
성인 대상 나이트 프로그램
오프닝일인 10월 6일 저녁에는 성인 방문객을 위한 나이트 프로그램 ‘스핀 더 나이트(Spin the Night)’가 열린다. 과학 커뮤니티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멤버십 고객, 일반 성인 방문객이 참여해 ‘스핀(Spin)’ 개념을 물리적·시각적·미식 경험으로 확장한다.

칵테일을 과학적 설명과 함께 즐기는 ‘사이언스 오브 칵테일(Science of Cocktails)’과 일상 속 전자 기기를 분해해 보는 ‘테이크 어파트(Take Apart)’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과학관을 어린이 시설로 보는 통념을 벗어난 구성이다. 익스플로라토리움도 성인 대상 야간 프로그램을 오래 운영해 왔고, 관람객 저변을 넓히는 수단으로 쓰여 왔다.
운영 방침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시 기간에 국내 과학·창작 커뮤니티를 초청하고, 현장에서 수집한 방문객 반응을 분석해 체험형 과학관의 콘텐츠 개발과 운영 방식에 활용할 방침이다.
지성원 현대자동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부사장은 GBC 체험형 과학관이 개인의 탐구 정신을 키우고 국내 과학 교육에 새로운 토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방문객 의견을 들어 국내 실정에 맞게 콘텐츠를 조정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체험형 과학 콘텐츠로 과학에 호기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과학관을 운영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드물지 않다. 다만 이번 전시가 차량 전시 공간인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다는 점은 자동차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콘텐츠를 브랜드 공간에 들이는 선택이다. 제품을 앞세우지 않고 공간을 내주는 방식으로, 앞서 모터스튜디오 12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맥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