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자동차 제작사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연도별로 달성해야 하는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재설정하는 내용으로, 중·대형 상용차는 감축을 새롭게 의무화하고 소형차는 기존 기준을 한층 강화한다. 행정예고 기간은 7월 15일부터 9월 14일까지 60일간이다.
왜 지금 강화하나: NDC 수송부문 목표가 배경
이번 개정의 근거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수송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9800만 톤에서 2030년 6100만 톤까지 줄여야 한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규제 수준을 고려해 국내 기준을 그에 맞춰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작년 10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제작사·학계·시민사회와 설명회 및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소형차: 2030년 승용차 기준 70→54g/km로 강화
소형차 부문은 2020년 현행 기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연차별 기준이 조정된다. 승용차와 10인승 이하 승합차는 2030년 기준이 현행 70g/km에서 54g/km로 강화된다. 소형화물차와 11~15인승 승합차는 146g/km에서 98g/km로 조정된다.
연차별로 보면 승용차 기준은 2026년 86g/km에서 2027년 81, 2028년 74, 2029년 65, 2030년 54g/km로 매년 가팔라진다. 소형화물·승합은 2026년 158g/km에서 2027년 128로 한 번에 크게 내려간 뒤 2030년 98까지 낮아진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강화 폭이 뚜렷하다. 2030년 승용차 기준 기준으로 EU는 44.1g/km, 미국은 61.5g/km인데, 한국은 현행 70에서 개정안 54로 EU와 미국 사이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중·대형 상용차: 2027년부터 3단계 감축 의무화
그동안 자발적 감축 방식으로 운영돼온 중·대형 상용차는 2027년부터 의무 감축으로 전환된다. 2030년까지 기준년도(2021~2022년 평균) 대비 온실가스를 30% 줄여야 한다.
의무화는 차종에 따라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총중량 15톤 이상 대형화물과 트랙터, 2단계는 중·대형승합, 3단계는 총중량 15톤 미만 중형화물과 덤프다. 감축목표는 2027년 16.5%에서 시작해 2028년 21%, 2029년 25.5%, 2030년 30%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은 초기에 낮게 시작해 전면 의무화되는 2031년 이후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톤·킬로미터당 과징금은 2027년 50만원에서 2031년 140만원, 2033년 220만원으로 오른다.
제도의 유연성 장치들
강화된 기준을 제작사가 감당할 수 있도록 여러 완화 장치도 마련됐다. 전기·수소차에 부여하는 판매실적 추가 혜택(슈퍼크레딧)은 소형차의 경우 2029년까지 연장되며, 수소내연차에 대한 슈퍼크레딧은 새로 신설된다. 실적 이월·상환 기간도 2027~2030년 실적에 대해 5년으로 확대된다.
제작사 규모별 구분도 세분화된다. 기존 3단계(일반-소규모-개별)에서 ‘중규모 제작사’를 신설해 4단계로 나눈다. 또한 EU가 도입한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고려 방식을 참고해,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사용한 경우 당해연도 기준의 5% 한도 내에서 배출량을 차감하는 간접감축 방식이 시범 도입된다.
소비자 입장: 무엇이 달라지나
소비자 관점에서 이 제도는 세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첫째, 전동화 모델 선택지가 넓어진다. 제작사가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면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친환경차 선택 폭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둘째, 내연기관차 구매 환경이 점차 바뀐다. 제작사가 평균 온실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고배출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를 조절하거나 가격·물량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순수 내연기관 모델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흐름이 예상된다.
셋째, 가격 구조에 간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제작사가 부담하는 규제 대응 비용이 신차 가격 정책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 다만 슈퍼크레딧 연장 등 유연성 장치가 급격한 부담 전가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브랜드 대응 전략 제안
제작사·수입사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은 라인업 전략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첫째, 전동화 라인업 조기 확대가 핵심이다. 2027년부터 기준이 가팔라지는 만큼,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모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슈퍼크레딧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슈퍼크레딧이 단계적으로 축소·일몰되는 구조여서, 인센티브가 큰 초기에 전동화 판매를 집중시키는 타이밍 전략이 중요하다.
둘째, 상용차 브랜드는 의무화 대비가 시급하다. 15톤 이상 대형화물·트랙터를 다루는 브랜드는 2027년 1단계 의무화 직격 대상이다. 전기·수소 상용차 개발 로드맵과 과징금 리스크를 함께 계산한 대응이 필요하다. 수소내연차 슈퍼크레딧 신설은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수입사는 본사 글로벌 전략과의 정합성 확보가 관건이다. 한국 기준이 EU에 근접해가는 만큼, EU향 전동화 물량을 국내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규모 제작사 구분 신설로 완화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는 수입사라면, 자사가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간접감축 활용도 검토 대상이다. 국내 생산·조립 거점을 둔 제작사라면 사업장 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최대 5% 배출량 차감을 노릴 수 있다. RE100 대응과 규제 대응을 연계하는 전략이 실익을 만들 수 있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제출된 의견을 검토한 뒤 개정안이 확정·공포될 예정이며, 같은 기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도 함께 의견수렴이 진행된다.